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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교육 금지정책, 교육의 양극화 ‘부채질’


입력 2022.07.31 07:07 수정 2022.07.29 07:56        데스크 (desk@dailian.co.kr)

중국 당국 단속망 피해 비밀 고액과외 기승

사교육 암시장화로 교육 부익부빈익빈 심화

2조 위안 규모 中 사교육 시장 직격탄 맞아

월가영어 등 25개 대형 교육업체 문을 닫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격 시행된 중국의 사교육 금지조치가 당초 목표와는 달리 교육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두 여학생이 문을 닫은 신둥팡 광둥성 광저우센터 앞에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식스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격 시행된 중국의 사교육 금지조치가 당초 목표와는 달리 교육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두 여학생이 문을 닫은 신둥팡 광둥성 광저우센터 앞에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식스톤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격적으로 실시한 사교육금지 정책인 ‘솽젠(雙減·초중학생의 숙제 및 과외부담 경감) 조치가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솽젠이 시행된 이후 ‘사교육 암시장’이 형성되는 바람에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솽젠을 시행한 이후 사교육 업체 84%가 폐업했고 남은 업체들은 비영리 기구로 전환해 사교육시장이 ’소멸단계‘라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사교육시장이 지하로 숨어들면서 오히려 교육의 분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관영 온라인 영문매체 식스톤(Sixth Tone) 등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재력과 인맥이 풍부한 부유층은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 우수한 과외교사를 구할 수 있는 반면 서민 자녀들은 보충수업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게 식스톤의 진단이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의무교육(초·중학교) 과정의 학과류, 체육과 문화예술 등을 제외한 학과수업과 관련한 사교육 기관은 일괄적으로 비영리 기구로 등록하도록 하는 한편 신규 허가는 내주지 않는 등 전면적인 사교육 금지령을 내렸다. 온라인 교육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기존 업체들은 전면적인 조사를 거쳐 다시 허가 받도록 한 것이다. 8월 들어서는 시험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거나 성적을 공개하지 못 하도록 하는 동시에 우등반을 없애고 교사가 방과 후에 새로운 내용을 수업하는 것도 금지했다. 9월에는 주택이나 호텔, 커피숍 등 등록되지 않은 장소에서 수업하는 것을 불법화하고 ‘가사 서비스’, ‘상담’ 등으로 가장한 과외교사 고용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여름캠프’나 ‘학습여행’ 명목의 사교육 역시 불허했다.


영어강사 출신인 왕훙(인플루언서) 둥위후이가 스테이크 판매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스테이크 요리방법을 간단한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신둥팡 라이브 커머스 더우인 생방송 캡처 영어강사 출신인 왕훙(인플루언서) 둥위후이가 스테이크 판매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스테이크 요리방법을 간단한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신둥팡 라이브 커머스 더우인 생방송 캡처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따른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 학부모들은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만큼, 중국 인구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에 불과하지만 중산층은 자녀의 최상위 학교진학을 위해 1년에 10만 위안도 기꺼이 쓰는 바람에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에 철퇴령을 내리자마자 비밀 고액 과외교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하이(上海)방송에 따르면 ‘고급 가사 돌보미’, ‘고급 보모’ 등 형식의 입주 가정교사나 1대1 과외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이들의 보수는 월 2만∼3만(약 388만~583만원) 위안에 이른다. 한 구직 앱에서는 월 3만 위안짜리 과외교사의 경우 대졸 이상의 학력에다 교사자격증이 있고, 영어로 초등학교 전 과목을 가르칠 수 있으며 유학 경험까지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타오(陶)모는 “12살 초등생 아이의 여름방학 과외수업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였다”며 “당국 단속망을 피해 비밀리에 소규모로 운영하는 학원이 있는데 노력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교육열이 높은 베이징시 하이뎬(海澱)구에 거주하는 우(禹)모도 “다른 두 집과 함께 원어민 영어교사를 초빙해 7살 아이에게 1대 3 과외를 시키고 있다”며 “여름방학 때 수학 등 6과목 과외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솽젠이 사교육비를 크게 올렸다”며 “1년에 2만 위안이었던 영어교습비는 배로 올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연봉이 100만 위안이나 되는 우모의 경우 이 정도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지만, 연봉 25만 위안 수준인 대다수 베이징 가정은 엄두도 못 내는 처지라고 식스톤은 설명했다.


일부 부자들은 아예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속 이민이나 자녀 조기유학 계획을 접어뒀던 많은 부자들이 다시 이민 상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深圳) 에서 유럽 몰타 시민권 취득 지원업무를 하는 데이지 푸는 “지난 두 달간 사업이 20% 신장했다”며 “대부분의 고객들은 중국의 사교육 금지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들”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한 어림이가 자기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식스톤 홈페이지 캡처 상하이에서 한 어림이가 자기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식스톤 홈페이지 캡처

2017년부터 1000여 가족의 캐나다 이민을 성사시켰다는 잭 호는 “캐나다로 전문직 이민을 신청하는 가족 수가 올해 기록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교육, 부동산, 자산시장 정책이 급격히 변하면서 중산층은 가능한 한 빨리 이민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는 캐나다 이민을 원하는 이들의 95%가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지금은 취업 허가가 나오는 즉시 자녀를 데리고 떠나는 추세라며 자녀들을 되도록 빨리 해외 현지에서 교육시키려고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반면 고액 과외를 할 형편이 못 되는 서민들은 불만이 크다. 상하이시민 판(潘)모는 “비영리기구가 운영하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원에 11살짜리 딸을 등록시켰다”며 “하지만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아이의 성적이 퇴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학원비는 절약하게 됐지만, 아이를 가르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 데도 학원처럼 가르칠 수 없다”고 푸념했다. 중국교육을 연구하는 청화위(程華宇)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인맥 등 자원이 풍부한 중상위 계층은 법망을 우회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일반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아졌으나 상류층은 출구를 찾고 있는 만큼 솽젠이 사교육을 소멸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학원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2조 위안에 달했던 중국 사교육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리서치업체 100EC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사교육 금지조치를 내린 이후 27년 된 쥐런(巨人)교육, 16년 된 월가영어(Wall Street English) 등 최소 25개의 대형 교육업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깜짝 변신에 성공한 기업도 생겼다. 최대 학원기업인 신둥팡(新東方·New Oriental) 역시 퇴직금 지급과 학원비 환불, 학원교실 임차 문제해결 등으로 200억 위안을 쓰는 바람에 파산 위기에 몰렸고 미국과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신둥팡 주가는 고점 대비 99% 추락해 휴지조각이 됐다. 직원 8만명 중 6만명을 해고하고 1500개 지점을 폐쇄했다.


ⓒ 자료: 중국 교육부 ⓒ 자료: 중국 교육부

하루아침에 몰락한 신둥팡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건 것은 당장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는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였다. 교육사업을 접고 라이브커머스 채널 둥팡전쉬안(東方甄選)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 音)에 개설한 것이다. 베이징대 출신인 위민훙(兪民洪) 회장은 끝까지 자기 곁을 지킨 젊은 강사들을 방송 진행자로 투입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이들 강사가 진행하는 방송은 처음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방송의 독특함이 주목받으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둥팡전쉬안의 대표 얼굴인 영어강사 출신의 둥위후이(董宇輝)는 물건을 팔면서 중간 중간 영어를 썼다. 예컨대 복숭아를 판매할 때 영어단어 ‘peach’를 알려주고 파생어인 형용사 ‘peachy’도 함께 설명하는 방식으로 판매제품과 관련된 영어단어를 학습하게 하면서 소비자와 소통을 이어갔다. 상품 설명을 하다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듯이 시와 지리, 철학 등 인문학 지식을 한참 설명하기도 했다. 물건을 팔다가 갑자기 교육방송이 돼버린 듯 한 참신한 방송 스타일이 큰 호응을 얻었다. 댓글 창에는 “영어를 배웠으니 물건을 사서 보답해야겠다”, “영어를 더 가르쳐주면 더 많이 사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둥팡전쉬안’ 계정의 팔로워는 지난달 20일 기준 16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9일까지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던 팔로워가 열흘 만에 무려 16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벼락 인기’는 지난달 들어 신둥팡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신둥팡과 둥팡전쉬안의 주가는 각각 148%, 780% 폭등했다. 위 회장은 “지난해 말 우리가 농산물을 주로 팔기로 했다는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동정, 비아냥거림 등의 반응이 있었지만 우리가 성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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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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