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 용의 출현’
우리나라 사람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꼽는다. 정치인이든 일반 시민이든 선호도에 있어 1, 2위를 차지한다. 16세기에 살았던 이순신이 그 어느 조상보다 현대를 사는 우리와 함께 하는 이유는 나라에 충직한 장수면서 백성과 가깝고 또한 화합과 통합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김한민 감독은 2014년 영화 ‘명량’이후 8년 만에 이순신의 한산대첩을 소재로 하는 ‘한산 : 용의 출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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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후 15일 만에 왜군에게 한양을 뺏긴다. 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의 병력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자 파천한 상황에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지만 거북선이 손상을 입은 탓에 출정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연승에 힘을 얻은 왜군은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1592년 음력 7월 8일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 한산대첩이 펼쳐진다.
영화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상을 말해준다. 이순신 장군은 훌륭한 상황 판단 능력과 안목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마저 숨겼다. 그래서 이순신은 구국의 성웅으로 불리며, 나라 상황이 어려울 때 마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소환한다. 이는 영화 ‘한산’에서도 중요하게 작동한다. 영화는 나라에 위험이 처했을 때 파천했던 선조와 달리 광교산에서 왜군과의 전투를 역이용하며 섬세한 지략능력을 펼치는 모습과 리더로서 부하들에게 신뢰를 얻는 모습을 담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상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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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 ‘한산’에서는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전쟁의 정체성이며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나라의 위기에 ‘의’로 대응하는 조선 의군과 사람의 목숨을 한낱 개미 목숨처럼 여기는 왜군의 ‘불의’에 맞선 항왜가 주요한 포인트다. 기약 없는 참혹한 전쟁을 겪다보면 삶의 의미는 퇴색하고 신념은 꺾이기 마련이지만 전쟁은 승리와 패배만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며 의와 그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거북선의 위용과 한국영화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볼 수 있다. 한산대첩은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해전이다. 체계적인 진법과 정교한 유인술, 화포사격과 첨단무기였던 거북선의 등장으로 왜군을 완벽하게 궤멸했다. 영화의 백미는 후반 50분 동안 펼쳐지는 해상전투 장면이다. 배의 속도와 충돌할 때의 타격감, 시시각각 변하는 맑고 흐린 날씨 등 바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현장감을 최적의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 바다에서 촬영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영화는 한 번도 물에 배를 띄우지 않고 CG(컴퓨터그래픽) 및 VFX(시각특수효과)를 통해 촬영해 냈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해상 전투신과 학익진 진법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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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어느 민족이든 영웅 신화를 만든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온갖 불의와 모순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정치적으로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식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서민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은 불의가 의를 짓밟지 않도록 불의로부터 의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또 해내라고 말한다. 또한 분열된 국민들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소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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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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