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자라는 흐름이 사진으로도"
화려한 조명 아래서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는 화보나 프로필 사진은 더 이상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개인 사진작가나 스튜디오를 섭외하고, 전문 헤어 메이크업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
과거에도 없었던 일은 아니다. 전문 스튜디오에서 고가의 비용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접근성이 높지도 않았고, 의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인이 개인 화보를 촬영하면 일명 '관종'(관심 종자를 줄여 이르는 말)로 수군대는 일이 더 많았다.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인 연예인이 아니고서 화보를 찍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개인화보 #일반인프로필을 검색하면 각각 112만, 10만 여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여기에 일반인 프로필 사진, 일반인 프로필 전문 사진, 일반인 프로필 촬영, 개인 화보 촬영, 개인 화보 사진, 개인 화보집, 개인 화보 스냅 등 변형된 검색어로 검색되는 게시물도 적게는 100개 많게는 8만 개다. 그렇다고 과거 화보를 찍을 이유가 없어서 수군대는 시절과 달리, '일반인이 화보를 찍을 특별한 이유가 생겼느냐'하면 사실 또 그렇지는 않다.
특별한 목적보다는 자신을 기록하거나, 자신을 브랜딩 하기 위한 개인적인 이유가 배경이 된다. 개인 화보는 바디프로필 촬영에서 번진 열풍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자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운동해 완성한 멋진 몸매를 기록하는 것이 일종의 이벤트처럼 생겼다.
라일락 스튜디오 이차연 대표는 "2020년 3월 기점으로 일반인들의 화보 사진이 확 늘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의 화보 사진을 찍는 전문 스튜디오도 늘어났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들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너도나도 찍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튜디오는 사진 인화를 해주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파일만 전달한다. 사진을 인화하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자신의 특별한 순간을 만끽하고 SNS나 온라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고객들이 온다"라고 말했다.
개인화보가 일반화되긴 했지만 금액이 저렴하지는 않다. 일반 화보 촬영은 한 컷에 1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스튜디오나 작가마다 가격이 상이했고, 바디 프로필 사진은 평균 한 컷에 3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추가적으로 받고 싶다면 추가적으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헤어 메이크업은 제휴를 맺었을 시 8~10만 원, 연예인들이 다니는 전문 메이크업샵을 갈 경우 16만원에서 50만원에 달했다. 가장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해 진행한다고 해도, 한 컷당 약 30만 원은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지출보다는 투자로 여기기 때문에 기꺼이 결제를 한다.
개인 화보를 촬영한 경험이 있는 A 씨는 "요즘은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PR 하는 게 당연한 시대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예전에 비해 다양해졌는데 그중 하나가 사진인 것 같다.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재밌고, 사진관마다 콘셉트가 다르다 보니 사진관을 찾아보고 선정하는 것도 재밌는 과정 중에 하나다. 또 개인 콘텐츠 채널이나 이력서 등에 일반적인 증명사진보다 잘 나온 프로필 사진이 오히려 타인들이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데 좋은 요소가 된다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반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박은비 포토그래퍼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요소'가 아닌 '그저 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의뢰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사랑하자'라는 큰 흐름과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나비효과로 사진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면서 한창 아날로그가 유행하면서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라며 "지금은 필름에서 다시 스튜디오에서 캐주얼하게 촬영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남들이 '이런 나'를 알아주면 좋겠지만 사실 몰라도 되고, '이게 나이고, 내 삶'이라는 메시지를 화보 안에 함축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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