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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놀라운 신드롬


입력 2022.07.16 07:07 수정 2022.07.16 05:15        데스크 (desk@dailian.co.kr)

ⓒ ENA 홈페이지 ⓒ ENA 홈페이지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놀라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회 시청률이 0.9%라는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2회 1.8%, 3회 4%, 4회 5.2%, 이런 식으로 급등하더니 6회엔 9.6%에 이르렀다. ENA라는 채널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성적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의 시청 지속 시간이 10분 정도인데 ‘우영우’는 40분에 달한다고 한다. 이 또한 ‘우영우’의 이례적인 인기를 말해준다. 굿데이터 티브이화제성 연구팀이 발표한 7월 1주차 티브이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화제성이 방송 첫 주 대비 197% 상승했다.


이 신드롬이 놀라운 이유는 첫째, 방송사가 ENA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사의 이름조차 아예 몰랐던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KT 계열의 스카이 채널이 ENA로 개편했다. 개편 전에도 유명 채널이 아니었는데 개편 후엔 더욱 인지도가 낮아졌다. 지상파는커녕 유명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도 아닌, 많은 이들이 그 존재조차 몰랐던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가 이렇게 신드롬을 일으킬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두 번째 놀라운 대목은 이 작품이 한류대작이 아닌, 자극적이지 않은 소품 같은 느낌이라는 점이다. 한류스타도 등장하지 않고 판타지 액션도 없다. 소규모 채널에서도 작정하고 대형 작품을 제작해 이슈몰이를 할 순 있는데, ‘우영우’는 그런 것도 아닌 그저 휴먼드라마인데도 대박을 쳤다.


시청자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점과 이 작품의 방영시기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르물이 유행하면서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무거워졌다. 법정물도 그런 흐름대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권력과 자본의 부정비리 등을 다루면서 무거워지는 추세였다. 보다 더 극단적인 악인, 극단적인 사건, 거대한 부정이 등장해야만 작품이 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영우’는 정반대로 갔는데, 그게 차별화의 강점이 됐다. 시청자들이 무거워지는 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고, 각박한 세상 분위기 때문에도 피로해졌다. 이럴 때 등장한 ‘우영우’는 장애인 설정이지만 차별 등을 내세우며 극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았다. 거대한 음모 비리도, 발암유발 분노유발 악당도 없다. 마치 가벼운 동화 같은 느낌인데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고래 그래픽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따뜻한 캐릭터다. 극중에서 우영우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 변호사인데 그런 법무법인의 인물들이 착하기만 한 성격이라는 점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비현실적인 따뜻함이 냉혹한 현실에 치인 시청자들을 위로해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와 같은 소수자 또는 약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시청자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닥쳐오는 세파 속에서 살아내던 시청자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작은 온기와 휴식을 얻었다.


장애 소재로 극이 무거워질 수 있었지만, 우영우가 귀여운 만화 캐릭터처럼 묘사되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 우영우의 표정, 눈빛, 손가락 움직임, 책상을 박차고 일어날 때나 걸을 때의 독특한 몸동작 등이 그런 귀여운 요소들이다. 물론 이건 자폐 스펙트럼과 연관된 표현으로 ‘귀여운 요소’라고 치부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과 별개로 박은빈의 외모와 연기가 시각적으로 밝고 귀여운 느낌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이 작품을 사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이야기가 치밀했다. 동화 같은 분위기이지만 법정다툼은 정확하게 묘사됐다. 그러한 극의 탄탄함이 더욱 몰입도를 높여 신드롬을 터뜨린 것이다. 이제 6회까지 방영됐을 뿐이다. 다음 주엔 시청률 10%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신드롬이 커질지 기대된다. 넷플릭스 비영어TV시리즈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나타난다. 잘 만든 착한 드라마에 대한 수요는 세계 공통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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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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