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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리포트②] 시청자 눈멀게 한 ‘괴이’, 우리의 구교환-신현빈도 안 보이네


입력 2022.06.28 13:39 수정 2022.06.29 13:2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아쉬운 작품 리포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연상호 세계관일까?’ 의문…메인 테마가 오히려 극 전체 흐름 방해

콘텐츠 홍수 시대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숫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호평 받진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별개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한다. 그 가운데 아쉬운 작품들이 존재한다. 연출이, 연기가, 편집이, 음악이 칭찬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뭔가 아쉬운 작품들. ‘아쉬운 작품 리포트’(아작 리포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의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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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괴이’, 사실 드라마 보는 내내 의문이 “도대체 연상호 감독은 뭘 말하고 싶은 거야?”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었어요.


홍종선 : 음, 저는 칸에서 본 영화에 대한 호평이 ‘헤어질 결심’-‘헌트’-‘브로커’ 순이었어요. ‘브로커’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에 ‘처음’ 실망하고 귀국했는데 “‘괴이’를 보았더니 ‘브로커’에 대한 실망이 상쇄됐다”라는 말로 저의 첫 감상평을 전하겠습니다. ‘괴이’가 ‘범죄도시2’처럼 정말 스토리가 중요치 않은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하물며 ‘범죄도시2’도 기본 스토리는 챙겨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괴이’는 어쩜 이리 겅둥겅둥 뛰는지. ㅠㅠ


유명준 : 지윤이는 보고 난 후의 즉각적 생각이?


류지윤 : 전 오컬트를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조금 기대가 됐었는데. 갑자기 재난물이 되어가서. 진짜 소재는 너무 흥미롭다고 생각해 기대했는데 아쉬웠죠.


유명준 :난 연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더 신기해, ‘연상호 감독은 한 아이를 잃은 부부를 떠올리며 상실감을 안게 된 부부가 과연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쓴 이야기라고 밝혔다’라는 인터뷰 내용. 이것과 드라마 전체 흐름이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홍종선 : 맞아요.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 좀비가 되는 원리는 가장 흥미롭게 설정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사바하’ 느낌도 나고. 오호 신선한데! 기대를 가지고 시작해서 더 실망의 낙폭이 큰 것 같아요.


유명준 : 네 그래서 사실 1화도 “오호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는데, 2화부터는 “뭘 말하는 거지?”라고 바로 쭉 떨어졌어요. ^^


류지윤 : ‘사바하’ 느낌으로 갔으면 이 정도까진 실망스럽진 않았을 것.


유명준 : 그럼 정말 나쁘지 않았지.


류지윤 : 6부작, 30~40분 형식도 조금 길었던 것 같아요.


유명준 : 음. 그래서 더 지루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뭔가 질질 끄는 느낌이 들었어.


류지윤 : 네, 차라리 짧게 굵게! 헐거워 보일 틈 없게 치고 빠졌다면. ^^


홍종선 : 저는 그나마 회당 러닝타임이 짧아서 다행이기는 하다 싶었는데. 50분도 60분도 아닌데 3회까지 봤을 때 몇 부가 남았나, 몇 부작인가를 확인해 봤어요. 6부라서 다행이다 느낌.


유명준 : 6부라서 다행인 드라마. 사실 그러다보니 괴불도 존재감이 없어졌어. 존재감은 오히려 그 20대 전과자 남자들. 앞서 말했던 연 감독 의도도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잘 어울리게 만들 수 있었을 법한데, 너무 따로 노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저 의도가 사이드로 존재하는.


류지윤 : 구교환 다들 호평하던데 저도 곽동연(전과자 남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을 새삼 다시 봤어요. 왜 이렇게 잘하고 난리. 욕을 아주 맛깔스럽게.


유명준 : 연상호 감독이 구교환과 신현빈을 너무 못 살렸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홍종선 : 2시간짜리 영화면 저는 이 소재로 승부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OTT들이 앞다투어 돈을 내고 OTT 작품 찍어야 대세 같고. 그러면서 이야기의 개성과 그것을 담는 그릇의 개성을 고민하지 않고 때로 확 줄여서 영화로, 때로 늘려서 드라마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내외 OTT 업체들의 선점욕에 소중한 콘텐츠가 휘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OTT의 자본이 K-콘텐츠 활성화에 큰 역할한 점은 당연히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류지윤 : 그런 점에서 ‘괴이’가 너무 딱이네요. ^^


유명준 : 그런데 이 지점에서 더 아쉬운 것은 티빙이라는 OTT 때문이죠. 다른 OTT였다면 모를까, OCN를 보유한 CJ가. ^^


홍종선 : 연 감독의 의도를 꼭 드라마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가슴에 묻는 부모 이야기를 좀비 액션의 서브 소재가 아닌 메인 테마로 잡는 것이 적절한가 싶기도 해요. 드라마 ‘지옥’ 정도의 비중이 좋지 않나 싶은.


유명준 : 그래서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메인 테마가 초반에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현빈을 중심에 세운 것은 좋은데, 메인 테마가 사라지니 배우도 사라졌어요.


홍종선 : 배우 얘기를 더해 볼까요.


유명준 : 신현빈의 연기력 대비 이를 살리는 연출과 스토리는 다른 나라로 간 셈이죠.


홍종선 : 신현빈, 구교환 각자 놓고 보면 너무 연기 잘했는데 두 배우의 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류지윤 : 너무 기대를 했던 걸까요. 전 솔직히 캐릭터가 너무 납작해져서 신현빈이 연기를 잘했다고도 생각이 안 들었어요. 구교환은 그냥 생각한 것처럼 나오고.


유명준 : 원래 각각 가지고 있던 개성을 생각하면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 드라마 내에서는 두 조합을 생각할 여력도 없었어요. 딱히 그것을 ‘조합’으로까지 표현할 만한 장면도 기억이 나지 않고요.


홍종선 : 저는 이 두 배우가 연기 ‘너어무’ 잘했는데, 이 장르의 특성이 그들의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 않은 것인지 장건재 감독이 못 살린 것인지 잘 보이지 않았고. 이 장르의 특성이 곽동연을 빛나 보이게 하는 필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유명준 : ^^ 곽동연만 산 드라마.


류지윤 : 돋보이는 캐릭터긴 하죠. 근데 또 그걸 잘 받아먹어서 더 곽동연이 도드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메인 캐릭터들과의 밸런스도 좀 무너지고.


홍종선 : 밸런스 완전 무너짐. 신현빈의 깊이 있는 감성을 쓸 게 아니면 왜 캐스팅했을까 싶은 드라마.


류지윤 : 시즌2위한 큰 그림? ^^ 그래도 가능성은 암시해 놓던데.


홍종선 : 구교환 배우는 길게 가려면 작품을 좀 골라야 할 것 같아요. 소속사가 대작이면 너무 오케이를 하는 듯. 시즌2에서 갑자기 신현빈-구교환의 ‘케미’가 나올까요.


류지윤 : 동감입니다, 저에게 구교환 이미지는 아직까지 다양하지 않네요.


유명준 : 감독과 소재, 각본가 그리고 배우들 보면 대작인데 실재는 그냥 ‘농촌 드라마’ 느낌이. ^^


홍종선 : 그토록 증오하던 상대끼리, 그토록 우울하던 사람들이 사건 하나 겪더니 갑자기 스파이 부부 느낌으로 둔갑되나. 6화 마지막 장면 보고 정말 공허한 웃음이 났어요.


유명준 : 1화에서의 구교환은 드라마 ‘DP’의 연기도 다소 겹쳐 보이긴 했는데. 이후부터는 무슨 연기를 하려는지 감이 잘 안 잡혔음. 아내를 구하러 가는 혹은 괴불을 없애려 가는. 뭔가 둥둥 떠다니는. 그러다보니 김지영 박호산 같은 배우들조차 ‘뭐지??’라는 연기력으로 일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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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구교환은 독립영화 안에서는 ‘스윗’하고 애인의 느낌이 있는데 상업영화 와서는 계속 강한 역할만 해서 아쉬워요. 길게 가려면 다양한 이미지를 쌓아야 해요. 특히 박호산 너무 아쉬움. 우리 호산이 오빠를 왜 이렇게 낭비하는 거야. 캐스팅했으면 이런 평면적 역할 말고 반전이 있는 역이든 아니면 진짜 독특한 지자체장이든 캐릭터를 만들어 주지.


유명준 : ‘DP’에서 정해인에게 ‘스윗’했습니다. ^^


류지윤 :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네요. 저는 1화에서 김동영이 나와서 좀 기대했거든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처음부터 좀 포문을 열어주니까.


홍종선 : 김지영도 입체적이지 않아요. 사실 연상호 감독이 쓴 작품이 캐릭터보다는 콘셉트와 기본 설정, 비주얼이 강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일 때는 전형적이어도 되지만, 사람 배우가 만드는 캐릭터인 만큼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조각하면 좋겠어요. 작품을 쓸 때부터.


유명준 : 이야기를 보면 ‘괴이’ 출연 배우들 전체적으로 뭔가 입체적이지도 않고 반전도 없고. 따로 놀기도 하고. 곽동연만 굉장히 다양한 색깔로 휘어잡은 거네요. ^^


홍종선 : 저는 좀 과해서 아쉬웠어요, 곽동연 캐릭터도. 그저 과하기만 하다면 그것 역시 평면적인 거죠.


류지윤 : 좋았던 점은 하나도 없었을까요.


유명준 : 전 그 부분은 조금 다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캐릭터를 크게 살렸으면 곽동연이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평평하게 가니, 곽동연이 다소 튀게 느껴지는. 괴물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곽동연의 태도가 이해하긴 힘들어도, ‘저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좋았던 점은 박소이는 여전히 예쁜 아이다. 괴불이라는 소재는 좋았다. 그리고 1화는 정말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


홍종선 : 곽동연까지 조용했으면 안 됐을 거라는 사실에는 동의해요. 그런데 어우러짐을 넘어서는 과함이었다는 거예요.


류지윤 : 연상호 작가 작품 속 빌런은 항상 재난도 좀비도 아니고. ^^ 그 현상을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심. 그런면에서는 일관성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유명준 : 생각해보면 괴불이 무슨 잘못일까요. 그냥 저주받은 돌로 만들어진 것뿐인데. 그냥 “내 눈을 보면 너희 내부의 악이 때어나리라”라는 경고만 주는 것인데.


홍종선 : 연상호 감독 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번에 괴불도 좋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것도 좋고, 그것을 연기 탓으로 오해시키는 것도 좋고, 결국 이기심이 가장 무서운 폭력이라는 것도 좋고 다 좋아요. 영화 ‘부산행’ 이후 저는 늘 이 헐거운 매무새, 겅둥겅둥 뛰는 전개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요. 애니메이션부터 ‘부산행’까지는 ‘너어무’ 좋았다. ‘염력’, ‘반도’. 어떡할 거야. 그 제작비를 그 배우를 쓰고 그 헐거운 매무새라니.


유명준 : ‘헐거운 매무새’, 이거 동의요. ‘염력’, ‘반도’. 난 드라마 ‘지옥’도 “아,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류지윤 : 전 ‘지옥’은 너무 좋았는데. ㅠㅠ


홍종선 : 저도 드라마 ‘지옥’ 좋았어요.


류지윤 : 좀 낙폭이 크신 듯.


유명준 : 뭐 좋게 말하면 일정한 자신만의 취향에서 이런저런 도전을 하는 것인데, 그 폭이 큰 거지.


류지윤 : 사람들의 이기심이 너무 공포스럽지 않았나요. ^^ 판타지인데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지금 사회랑 비슷해서 무서웠어요.


홍종선 : 위에서 말했듯 저는 감독, 배우의 영역보다 OTT 급행열차가 우리의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이 ‘괴이’의 아쉬움에 가장 책임 큰 장본인이라 생각해요. 다들 급하게 먹고 있고, 폭식하고 있고, 이러다 배탈 나요.


유명준 : 선배가 말한 것은, 추후에 한번 논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이도 한데, OTT 통해서 쏟아지는 작품들이 어느 순간 ‘양은 과하고, 질은 느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OTT 작품들이 뭔가 새롭고 표현의 수준을 적절하게 찍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경쟁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먹방 예능 하나 잘되면 쫓아간다는. 선배 말대로 급하게 먹는 것 같아요.


홍종선 : 우리가 이 작은 나라에서 적은 제작비로 세계 무대로 갈 수 있었던 비결은 결코 급행열차가 아니었어요, 적어도 콘텐츠에선. 우리 경제는 비록 속성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실행하면서 폐해들이 있었지만요. 앞서 지윤이가 말한 것처럼. 6화를 좀 더 압축하고 캐릭터를 더 살렸다면 정말 좋은 소재의 드라마였을 텐데.


류지윤 : 오컬트 팬으로서 정말 너무 아쉬웠습니다.


홍종선 : 압축했으면 확 달라질 수 있었던 소재와 배우들.


유명준 : 전 OCN류의 팬으로서 실망. ^^


류지윤 : 그래도 전 연니버스를 응원합니다..다음에 더 탄탄하게 나와 주길.


홍종선 : 연상호 감독 이야기보따리인 것은 확실! 재능!


유명준 : 연상호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도전은 인정하지. 그리고 매 작품이 다 좋을 순 없지만. ‘괴이’는 약간 그 수준에 확실히 심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는 것. 영화 ‘반도’로 구교환을 띄웠다면, ‘괴이’로 잠시 떨어뜨린 느낌 ㅋ


홍종선 : ‘반도’로 구교환을 띄웠다면, ‘괴이’로 잠시 떨어뜨린 느낌2


류지윤 : 다시 올려주십쇼.


유명준 :구교환은 알아서 올라갈 듯. ^^


홍종선 : 스스로 올라갈 거야!! 다른 감독들도 눈독 들이고 있을 것이고.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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