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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㉔-2] 황보라·태인호…‘키스 식스 센스’에 명품 조연이 가득한 이유


입력 2022.06.23 17:46 수정 2022.06.24 12:3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태인호와 황보라(왼쪽부터) ⓒ 배우 태인호와 황보라(왼쪽부터) ⓒ

정말이지 ‘키스 식스 센스’(연출 남기훈, 극본 전유리, 제작 아크미디어) 8화까지는 ‘이렇게 까칠하고 도도한 남주들에, 뻣뻣한 여주를 봤나’ 싶었다.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다음 화를 클릭하고, 새로운 두 회분이 공개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를 기다리더라는 것.


작가와 연출자도 당연히 이를 알고 유쾌한 조연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연기 잘하는 믿음직 조연부터 능수능란한 코미디 연기의 달인들이 캐스팅됐고 8화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힘이 작동하는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서 ‘언제 또 나오지?’ ‘왜 이렇게 안 나와’ 생각할 정도로 자체 발광 열연과 호연을 펼친다. 둘째는 명품 조연들의 밝고 맑은 활약 덕에 주인공들이 형성하는 냉랭 분위기를 상쇄시켜 극에 대한 만족도를 배가시킨다.


'리얼 직장 라이프'를 온몸으로 열연한 장엄지 역의 배우 황보라 ⓒ이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리얼 직장 라이프'를 온몸으로 열연한 장엄지 역의 배우 황보라 ⓒ이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 선두에 배우 황보라가 있다. 황보라가 맡은 장엄지는 제우기획의 AD로, 홍예술과 입사동기이자 절친이어서 예술이 언니라 부르는 인물이다. 코미디 연기에 능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다채로운 표정과 말투, 자유자재의 움직임으로 황보라는 적어도 8화까지는 드라마 포스터에서만 활짝 웃는 홍예술 곁에서, ‘얼음공주’ 연기는 최고지만 다양한 표정이 다소 부족한 배우 서지혜의 뻣뻣함을 유화시킨다. 연기는 끝없는 액션과 리액션이다 보니, 서지혜는 황보라와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유달리 표정이 풀리고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를 한다.


배우 황보라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정확히 한다. 여자주인공 유화제 역할을 톡톡히 함과 동시에 매 장면에서 ‘한 뼘 더’ 재미있는 말투와 ‘한 술 더’ 능란한 몸짓으로 시청자가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도록 100% 이상을 쏟아낸다. 카메라 앵글에 잘 잡히지 않는 순간에도 그저 제우기획 사무실에 당연히 있는 직원으로서, 회식 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며 주도하는 열성 동료로서 최상의 코미디 연기를 한다.


10화 회식에서 장엄지 표현으로 ‘진게’, 반복되는 진실게임에 재미를 더하고 홍예술과 차민후의 속마음을 끌어내는 흥미를 폭발시키는 장면에서의 활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차마 내 귀로 듣기엔 두렵고 오글거리는 상황을 피하고자 앉아 있던 의자에 머리를 박고 수영 입수 직전의 자세처럼 뒤로 들어 올린 팔과 땅을 디딘 다리를 떨고 터는 자세는 ‘어느 배우가 이런 즉흥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게 황보라 코미디 연기의 한 획을 긋는다.


오승택 역의 배우 태인호(오른쪽)와 죽마고우 차민후 역의 윤계상 ⓒ 오승택 역의 배우 태인호(오른쪽)와 죽마고우 차민후 역의 윤계상 ⓒ

매회 ‘언제 나오지’ 기다리게 되는 또 한 명의 배우가 있다. 차민후의 죽마고우이자 홍예술 사촌동생과 뜨거운 일주일 연애 뒤 대차게 차인, 내과의사 오승택(태인호 분)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멋진 특수부대원일 때부터 눈길이 가는 배우였고,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비밀의 숲2’에서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시지프스: the myth’에서는 고급스러운 섹시로 이제 주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싶더니. 드디어 ‘키스 식스 센스’에서 매력 폭발이다.


과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에 입에 착착 붙는 쫀득한 말투, 뒤늦게 빠진 사랑에 황홀경을 달리다 일방적으로 팽 당한 후 시름시름 앓다 다시 사랑의 ‘노예’가 되어가는 오승택을 실감 나게 연기한다. 나의 마돈나였던 반호우(김가은 분)가, 나를 버리고 간 반호우가 PK(의대 본과 3~4년 병원 실습생, Polyclinic student) 1년 차로 들어와 재회하게 됐으나 담당 교수의 권위로 상황을 역전시켜 보려 했으나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지는 법’에 딱 걸려 거미줄에 걸린 파리 신세다.


‘키스 식스 센스’에서 남녀 주인공들의 심각한 삼각관계가 풀리기 전까지 드라마에 달달함을 부여하고, ‘연애의 맛’을 드리우는 역할을 배우 태인호가 견인한다. 태인호와 짝을 이뤄 상큼하면서도 발랄한 연애를 선보이는 이가 있으니 배우 김가은이다. 8화까지는 오승택과 반호우의 연애담이 훨씬 재미있고, 그 재미를 배우 태인호와 김가은이 통통 튀는 티키타카로 보장한다.


현실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보여주는 반호우(김가은 분)와 오승택 ⓒ 현실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보여주는 반호우(김가은 분)와 오승택 ⓒ

김가은은 딱 10년 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향이 역으로 당찬 신인임을 확인시켰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이종석 분)을 짝사랑하는 감성과 동시에 진한 욕설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여러 드라마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더니 이번 ‘키스 식스 센스’에서 자신이 배우로서 가진 매력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장엄지 곁, 홍예술 옆을 보면 눈에 띄는 배우가 있으니 강상구 역의 김기두다. 극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고 과하지 않게 나설 때만 나서는데 어절을 늘이다 멈추는 식의 발화로 재미를 준다. 글로 쓰니 이상한데, 콧수염과 말투만으로도 호감이 가고 선한 캐릭터임을 일찌감치 알 수 있는 이유는 반짝이는 눈빛 때문이다. 크지 않아도 쌍꺼풀이 없어도 역시 눈을 예쁘게 빛내는 건 눈빛이다.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기획1팀과 드라마가 둥글둥글 굴러가게 힘을 보탠다.


힘을 보태는 조연이 ‘키스 식스 센스’에는 정말 많다. 홍예술 AE(광고기획자)를 동경하면서도 질투하는, 귀여워서 예뻐할 수밖에 없는 후배 AE 김민희 역의 배우 김미수. 또 맑은 음성으로 시청자 귀를 열게 하는 김로마 역의 윤정훈 등 이루 다 언급하기 어려운 신인 배우들이 극을 받친다.

언제 봐도 얄미운 염경석 역의 배우 유정호(오른쪽) ⓒ 언제 봐도 얄미운 염경석 역의 배우 유정호(오른쪽) ⓒ

진정한 명품 조연은 뽐내지 않으며 극을 탄탄히 하는 배우들인데, 역시나 쟁쟁하다. 평소보다 톤을 누르고 극에 딱 필요한 만큼으로 볼륨 조절하고 열등감 넘치는 기획2팀장 조선희를 구현 중인 배우 김재화, 직장에 이런 뺀질이 한 명 꼭 있는 제작팀장 염경석을 얄미운 표정과 온몸으로 표현 중인 배우 유정호는 기본. 드문 등장에도 정말 임원처럼 보이는 제우기획 부대표 역의 배우 박성근과 광고주 모피스 자동차 이사 역의 배우 유승목이 극에 무게감을 드리운다.


오지영의 아빠이자 차민후의 주치의 오정수 역의 배우 이한위와 홍예술 엄마로 화가로 활동 중인 김사라 역의 배우 김희정은 차민후와 홍예술에게 초능력을 불러온 사고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을 맡았다.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러운 얼굴이 전부인지 그 뒤에 숨겨진 무엇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의심하게 하는 배경에 두 배우의 오묘한 연기와 배우로서 쌓아온 내공이 있다. 이렇게 단편적 인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데,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극을 도톰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닌다.


유쾌한 촬영현장. 강상구 역의 배우 김기두와 장엄지 역의 배우 황보라(왼쪽부터) ⓒ황보라 SNS 유쾌한 촬영현장. 강상구 역의 배우 김기두와 장엄지 역의 배우 황보라(왼쪽부터) ⓒ황보라 SNS

심지어 LP를 틀어주는 고전적 술집 사장 김해진 역의 엄효섭은 이미 가면 뒤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진작부터 ‘이 배우가 그저 카페 사장으로 나온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키우더니 드라마 결말 부분에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목만 보고 키스 장면이 많은, 가슴 설레는 멜로일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면 ‘키스 식스 센스’의 독특한 전개와 명품 조연들의 활약을 단단히 즐길 수 있다. 때로는 뜨겁게 어른들의 연애가 나오다가 때로는 미스터리 드라마로 흐르다가 종종 배꼽 잡는 코미디를 맛보고 싶다면 종영까지 2화를 남긴 오늘, 다음 주 수요일이 되기 전까지 10회분을 정주행하자.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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