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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조연에서 주연으로…장애인 배우가 장애를 연기하다


입력 2022.06.17 15:35 수정 2022.06.17 15: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우리들의 블루스' 영희 역 정은혜, 스포트라이트

'니 얼굴' 23일 개봉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탄 트로이 코처는 청각 장애인 남자 배우 중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으며 새 역사를 썼다. '코다'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드라마로 실제 장애인 배우를 섭외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트로이 코처 외 극중 엄마, 아빠, 오빠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배우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속에서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만나왔다. '말아톤'의 조승우', '오아시스' 문소리, '맨발의 기봉이' 신현준, '독전' 이주영, 김동영 등 배우들이 장애인 캐릭터를 맡아 장애 연기를 보여줬던 경우는 많지만, 진짜 장애인들이 연기를 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애인 배우가 직접 출연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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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의 한지민 쌍둥이 언니 영희로 출연한 정은혜다. 정은혜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발달장애인으로,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가 본업이다. 정은혜는 극중 발달장애인으로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자랐지만 동생 영옥만을 바라보는 호연을 보여줬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는 평소에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으며, 다운증후군 캐릭터를 위해 취재를 나섰다, 정은혜를 알게 됐고 그를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정은혜의 호연에 박수를 보내고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일 년 전부터 그의 일상이 공개되고 있던 유튜브 채널 '니 얼굴 은혜씨'는 최근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했다. 응원의 댓글도 상당하다. 발달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부모부터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구독자, '우리들의 블루스'로 그의 연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까지, 그의 일상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정은혜의 엄마인 장차현실 작가는 커뮤니티에 "응원과 저마다의 사연들을 보고 매일 웃고, 울고, 힘을 얻고 있다는 점 잊지 말아 달라"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3일에는 서동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이 공개된다. 서동일 감독은 정은혜의 아빠이자 감독으로, 발달장애인 정은혜가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초청 및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상을 받았다.


서 감독은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으로 굉장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은혜 씨가 갖고 있는 외모, 표정이라든지 말투, 행동이 이전에는 굉장히 낯설게 보였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은혜 씨는 이전이나 지금도 그대로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으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반갑다. 세상의 모든 발달장애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전에 장애인 배우의 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강민휘가 '사랑해, 말순 씨', '달자의 봄' 등에 출연해 1호 다운 증후군 배우로 눈길을 끌었으며, 2018년에는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OCN '보이스 4' 왜소증 배역을 왜소증을 가진 배우 김유남이 직접 연기했다. 여기에 '우리들의 블루스', '니 얼굴' 정은혜까지, 장애인들이 문화, 예술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는 흐름이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이 흐름이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장애인들이 더 많은 예술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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