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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진심’으로 담아낸 ‘실화’의 힘 [칸 리포트]


입력 2022.05.26 07:10 수정 2022.05.26 17:22        데일리안 (프랑스 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납득이 안돼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었다”

“배두나, 내 마음에 들어온 것처럼 영화 완벽 이해, 영화 찍는 내내 동지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정주리 감독이 ‘다음 소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큰 사건도, 극적인 갈등도 없지만, 정 감독이 진지한 태도로 담아내는 한 개인의 아픔이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모처에서는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유진(배두나 분)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돼 이날 오후 첫 공개됐다.


이번 영화는 지난 2016년 말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한 정 감독은 큰 분노를 느꼈고,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은 생각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이 사건을 나는 나중에, 2021년 초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다시 보면서 알게 됐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지? 고등학생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이런 게 이해가 안돼 알아보고 싶었다.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다. 내가 느꼈던 분노를 넘어서, ‘어쩌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 전체 속에 속해있었구나’, ‘나도 어쩌면 외면했던 누군가일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콜센터 내부 문제부터 취업률에 눈이 멀어 학생들을 힘든 현장으로 내모는 일부 특성화고등학교까지. 각종 사회 부조리들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소희를 통해 분노, 아픔 등 다양한 감정들을 끌어낸 정 감독이지만, 외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나도 잘 몰랐던 사건이었다. 나도 도대체 납득이 안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또 다른 다른 영역에 있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이걸 먼 곳에서 오신 관객 분들이 온전하게 공감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너무 놀랐다. 이른 시간에 상영이 됐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은 몰랐다. 나가시는 분들이 별로 없어 놀랐고, 마지막에는 진심으로 공감을 해주신 것 같아 좀 감동을 받았다.”


정 감독의 전작인 영화 ‘도희야’에 출연했던 배우 배두나도 이 영화가 담은 메시지에 공감했고, 이에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만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 나가며 서로에게 힘이 돼줬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두나 배우에게 바로 건넸었다. 소희를 캐스팅하기 전에 만났는데, 바로 하자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걸 느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의 온전한 모습 그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있구나 싶었다. 마치 내 마음에 들어온 것처럼 완전하게 이해를 하고 있었다. 이 영화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마음이 내내 가장 큰 힘이 됐었다. 영화 찍는 내내 동지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소희 역을 맡은 신인 배우 김시은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시은은 극 중 어려운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책임을 다하고자 했지만, 이기적인 어른들의 압박에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소희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이 영화의 메시지에 깊게 공감해준 김시은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캐스팅을 했다는 정 감독의 선택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는 전혀 모르는 친구였다. 소희는 대중들이 모르는 얼굴, 새로운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굉장히 오랜 오디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희 캐스팅을 시작할 때 조감독님이 같이 작업을 했던 배우가 있는데, 봐줬으면 좋겠다며 소개를 해줬고, 그때 짧은 클립들을 찾아본 뒤 미팅을 해보자고 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영화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소희가 세상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범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내가 꼭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하더라. 다른 배우들을 전혀 만나본 게 없고, 바로 그 자리에서 같이 하게 됐는데, 내게는 너무 큰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전작 ’도희야‘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칸에 초청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법도 했지만, 정 감독은 앞으로도 그저 지금처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담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처음 ‘도희야’로 칸에 왔을 때는 영화도 완성을 해놓고, 영화제 기간에 국내에선 개봉도 했고. 다 마무리를 하고, 온전하게 관객분들을 만난다는 그런 느낌으로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이번에는 (CG 작업이 남아) 완성된 형태도 아니고. 상영 내내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도 컸다. 다시 오게 될 거라곤 전혀 기대도 못 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영화에 대해선 전혀 부담이 없다. 그저 지금보다는 빨리 다음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 정도의 생각만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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