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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장] “전무후무한 공연”…세대 뛰어 넘은 연극 ‘햄릿’의 의미


입력 2022.05.25 15:17 수정 2022.05.25 15:1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7월13일~8월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연극 ‘햄릿’은 이전보다 한층 진일보된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한국 연극계의 원로 9명이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그리고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호레이쇼 등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한국 연극과 뮤지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배우 박정자는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극배우에게 배역의 크기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무대의 한 구석에 있더라도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배우들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저는 큰 역할보다는 단역, 조연 역할을 많이 했던 배우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역할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손숙 역시 “왕비를 연기하다가 이번 작품에서 ‘배우2’로 전락했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그런데 굉장히 행복하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선배, 동료 배우들을 만났고 젊은 친구들과도 함께 무대를 꾸미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젊은 배우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촌은 일생을 통해 여섯 번이나 ‘햄릿’을 연기한 햄릿 전문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 역을 맡아 햄릿의 대척점에 선다. 그는 “6년 전에 ‘햄릿’ 역을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제가 가장 늙은 햄릿이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햄릿은 졸업했다고 생각해서 이번 시즌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숙부 역을 해달라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 악역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원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도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권성덕은 “힘이 많이 부족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하는데 망설였다. 저에게 있어서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서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게 돼 더 영광스럽다. 이번에 ‘무덤파기2’와 ‘사제’ 역을 맡았는데 아마 지금까지 중에 가장 좋은 배역이고, 제일 좋은 공연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년 전 원로들이 선보였던 ‘햄릿’을 직접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강필석은 이번 시즌에서 작품의 핵심인 ‘햄릿’ 역을 맡는다. 그는 “감히 선생님들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복 받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연습실에서 저의 정신은 우주로 가있다. 대사로 못할 정도로 심장이 너무 뛴다. 다행히 선생님들과 동료 배우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고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박건형은 “선생님들과 저희들이 만난 건 ‘역사적 사건’이다. 이 역사적 사건에 제가 휘말리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햄릿’을 봤다.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역할로 참여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연습실에서 선생님들이 리딩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후배들은 늘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햄릿’은 약 400년 전 작품이다. 수많은 전쟁과 질병으로 세상이 멈춰버린 시간에도 무대는 계속되었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재해석돼 공연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수많은 허점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이유는 ‘인간 안에 깃든 어둠과 심연을 탐사하는 정점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손 연출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햄릿’의 나아갈 방향을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기’를 지시했다. 손 연출은 “약 400년이란 세월 동안 ‘햄릿’은 수없이 많은 해석과 분석이 있었다. 그럼에도 ‘죽음’이라는 것을 벗어날 순 없다”면서 “인간은 모두가 죽는다. 그 확실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멀리 있고, 남의 일인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죽음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죽음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작품을 올린 제작사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정자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기쁨, 연습장으로 향하는 마음, 발걸음이 너무 행복하다. 연습실에서 ‘이런 작품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정말 전무후무한 무대”라고, 손숙은 “다신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선배 동료, 그리고 젊은 배우들을 만나게 됐다. 제정신이면 이런 기획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작품을 지원금 한 푼 없이 하겠다는 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인촌 역시 “이런 작품은 국·공립이나 시립이 아닌 이상 도저히 제작·기획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출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개인적으로 부담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꼭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햄릿’은 7월13일부터 8월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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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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