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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장애예술인①] “한국의 장애예술, 지금부터가 시작”


입력 2022.05.11 08:25 수정 2022.05.11 17:2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장애예술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장애 예술인 전업 비율 62.2%...전체 예술인보다 높은 수치

지난 3월 27일 열린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 ‘코다’에서 열연한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를 호명한 윤여정은 코처의 옆에서 트로피를 들어줬다. 코처는 두 손을 이용한 수어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코다’는 남우조연상 외 작품상과 각색상을 받아 3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코다' 스틸컷 ⓒ 판시네마 영화 '코다' 스틸컷 ⓒ 판시네마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에게 태어난 비장애인(청인) 자녀의 약자인 ‘코다’는 부모와 오빠 모두 농인인 가족 속에서 홀로 청인인 주인공 루비가 겪는 혼란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인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에서 청인 배우들이 수화를 배워 루비의 가족 역할을 연기한 것과 달리, ‘코다’는 농인 배우들이 직접 루비 가족을 연기했다. 이번 수상은 미국 농인들의 오랜 노력과 성취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평가된다.


국내 대중문화예술계에서는 최근에야 장애나 장애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농인 극단이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농인 배우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많은 장애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조사 모집단 70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예술인들의 최근 3년간 평균 예술활동 발표 횟수는 12회, 활동 기간은 11년이었다.


주요 활동 예술 분야는 서양음악, 미술, 대중음악, 국악, 공예 등 순이었으며 장애 유형별로는 지체·청각·언어장애인은 미술, 시각장애인은 서양음악과 국악,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서양음악과 미술, 뇌병변장애인은 문학, 연극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 활동 영역별로 살펴보면 창작, 실연, 기획·제작 및 홍보 등 순으로 많았다.


장애예술인 중 62.2%가 전업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시기에 조사한 전업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체 예술인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장애예술인의 고용형태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34.5%, 시간제·일용직 29.3%, 기간제·계약직·촉탁직 26.5%, 정규직 6.1% 등으로 조사됐고 정규직 비율은 전체 예술인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 2020년 12월부터 장애(인)예술에 대한 첫 독립 법률인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인 지원법)이 시행되고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관련 예산도 장애예술인 지원법 제정 이전인 2019년 138억원에서 올해는 26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덕분에 장애예술인의 가구소득도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장애예술인 가구소득은 평균 3215만1000원, 개인소득은 809만3000원, 문화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은 218만 1000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가구소득은 140만3000원, 개인소득은 22만8000원, 문화예술 창작활동 수입은 1만1000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예술인이 개인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수입은 평균 775만원이다. 여전히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 수입은 일반 예술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편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예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율은 국공립 문화시설의 편의시설 중 휠체어로 출입문 통과 가능, 건물 내 복도의 폭과 경사가 휠체어로 이동 가능, 장애인 전용 화장실·주차구역 설치 등은 8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시설 내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자동문 설치 48.8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관람석·열람석·무대 설치율은 42.4점으로 조사되어, 장애예술인들이 창작과 발표 활동에 필요한 시설 접근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다수 진행했던 한 관계자는 “장애예술인들의 무대는 일반 무대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간다. 오로지 문화예술에 대한 장애예술인들의 열의가 있기에 지금까지 무대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특히 최근엔 장애·비장애의 장벽을 허무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한국의 장애예술은 이제 시작 단계다. 장애예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더 적극적인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는 장애예술인들이 반길 만한 소식도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5~6월쯤 장애예술 진흥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9~10월쯤 충정로에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위탁운영하는 장애예술 전용극장도 개관할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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