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5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가 9일 저녁 서울 청계천 광장 일대에서 주최한 촛불문화제에서 참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같은 시각 부산 서면, 인천 부평, 대전역 광장, 대구백화점 앞, 광주 전남대 앞, 경기도 수원역 광장,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 전북대 앞, 전남 목포 장미의 거리, 충남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앞, 강원도 원주 중앙로농협 앞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도 동시에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미친소닷넷와 2MB탄핵연대 등 기존의 문화제 주최측에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등 1500여개 단체가 연합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주최했다.
서울문화제는 ‘수도권 시민 촛불문화제’라는 명칭대로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주최측 추산 3만여명)으로 2일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몰려든 인파는 청계광장과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 모전교 근처까지 채웠다.
참가자들은 쇠고기 협상 백지화를 의미하는 흰색 천을 팔목이나 팔 등에 감고 야유와 함성으로 적극 호응했다.
주최측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명박 탄핵’ ‘미친소 미친 MB’ ‘미선이 효순이 추모’ ‘다함께 외치자, 이명박 OUT’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와 피켓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자유발언 도중에는 “미친소는 청와대로” “이명박 몰아내자” 등의 구호가 연호되기도 했다. 문화제가 열리는 청계광장 근처에서는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서명운동, 학교 자율화 반대 시위 등이 진행됐다.
문화제 자유발언에서도 ‘광우병’의 위험성과 함께 의료보험 민영화, 인터넷종량제, 학교 자율화 등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이 이어졌다. 율동패의 공연 후에는 ‘평화통일 그리운 평양 이제는 하나’라는 플랜카드가 펼쳐졌다.
또 사회로 나선 개그맨 노정렬 씨는 문화제 중간중간마다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현 사태를 풍자하기도 했다.
노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축복이야. 자꾸 그러면 내 아들 현철이에게 꼰지른다”고 표현한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중적이고 평화적인 협상이 아니었다. 굴욕”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모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대로 모양새 좋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눈이 작아 잘 안보이면 쌍꺼풀 해주겠다”고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흉내내며 “나는 말은 잘 못해도 일은 잘한다. 젊은이들이여 MB를 닮아라”고 외쳤다. 이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노씨는 “국민 가운데 1%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 한다. (광우병) 잠복기(가 있으니) 나이 60인데 나이 80에 죽을래 그냥 먹고 죽을래 한다”면서 “우리 시위를 반미 좌파 선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역 촛불문화제에서는 힙합 가수 김디지의 즉석 발언과 영보이즈 공연과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 율동 등문화행사와 자유발언이 번갈아 진행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이제 미국산 쇠고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길밖에 없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미국을 믿으라 하는데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정부는 그렇지 못해 우리가 나왔다”면서 “국민생명 못지키는 정부는 탄핵받아 마땅하다. 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여기 모인 분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당연한 국민의 권리행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은 “지난 6일 결정한대로 우리 5만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입항저지와 수송거부 등으로 반드시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저지하겠다”면서 “이같은 집단행동에 나서면 일자리를 잃거나 구속, 수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보탬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저지할 것이며 여기 모인 시민들이 우리에게 힘을 보태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어머니 회원들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한 뒤 “여론을 선동하는 배후세력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를 선동한 것은 국민을 편안하게 못하는 이명박 정부”라며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이 학교 자율화에 반대하는 단식투쟁 중에 있다. 우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학교 자율화 조치에 반대하는 뜻에 동참하고자 단식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서는 언론의 ‘학생선동’과 문자메세지와 인터넷을 통한 광우병 괴담에 대한 정부의 강력 대응을 의식한 듯 “자발적인 참여” “민주의식의 표현” “국민주권의 행사” 등이 강조됐으며 단상에 오른 중고생들은 헌법 조항을 들면서 “생활권 보장과 집회의 자유, 국민주권의 행사하고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오늘 연사로 나선 중고생 중에는 특정단체에 소속된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 문화제에 비해 중고생의 참여는 줄었지만 30% 이상의 비율이었다. 문화제에 참가한 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우리 학생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 (청계천에) 나오게 됐다”면서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정부 고시가 발효되는 15일 전에 수입중단과 재협상의 사전단계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13일쯤 쇠고기 고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책회의는 문화제 현장에서는 즉석 모금이 벌였으며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연대해 오는 14일과 17일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22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회를 국회 앞에서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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