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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의 인격


입력 2022.02.25 06:10 수정 2022.02.24 07:47        데스크 (desk@dailian.co.kr)

'권력의 칼' 잘 다룰 대통령은 누구

대통령의 권력남용 막으려면 '인격' 검증부터 시작해야

'2주 앞둔 대선'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주 앞둔 대선'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을 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린다. 그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그의 사후 100주년(2016년) 기념 전집 14권 완역 소장본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다.


세계 제1차 대전이 일어나 일본군이 중국 산둥성을 공격해 칭따오(靑島)를 점령한 직후인 1914년 11월 25일, 소세키는 일본 학습원(學習院·현재 일본 학습원대학)을 방문해 젊은 대학생들에게 ‘나의 개인주의’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학습원은 황족(皇族), 화족(華族), 그 밖의 상류계급의 자제가 배우는 학교였고, 그들은 머지않아 일본의 지배계급이 될 청년들이었다.


이날, 그는 “권력은 자신의 개성을 타인의 머리 위에 무리하게 강요하는 도구”이고, “금력은 개성을 확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지극히 유용한 것”이다. 특히 금전은 “인간의 정신을 사는 수단”이 되며, “그 사람의 혼(魂)을 추락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정훈 번역, 나의 개인주의 외·65면 이하).


그는 “자기가 권력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거기에 수반하는 의무 사항을 인식해야 하고, 자기의 금력을 활용하려 한다면 거기에 수반하는 책임을 중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양을 쌓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킬 가치도 없고 권력을 사용할 가치도 없으며 금력을 사용할 가치도 없다”고 단언했다.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양을 쌓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인격자’라고 부른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한국은 현재 최고의 권력과 금권을 향한 혈투가 진행 중이다. 오는 3월 9일에 치뤄질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유권자들에게 자기의 개성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100년 전 사람인 나쓰메 소세키를 소환해 그의 말을 곱씹어 보는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자는 폭력이 정당화되는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 금권까지 움켜쥐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승자가 인격자가 아니라면 그는 자신의 개성을 국민의 머리 위에 무리하게 강요하고, 자신의 개성을 확장하기 위해 막대한 금전을 뿌릴 수 있다. 권력은 반대파를 위압하고, 금력을 휘둘러 사람들을 자신과 한패로 만들 수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킬 가치도 없는 사람, 권력과 금력을 사용할 가치도 없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의무를 수반하지 않는 권력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금력도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권력과 금권을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반드시 인격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인격이 없는 자가 무턱대고 자신의 개성을 확장시키려고 한다면 타인의 자유를 방해하게 되고, 권력의 사용은 남용으로 흐르게 되며, 금력을 사용해 사회를 썩게 만든다.

대통령의 권력남용 막으려면 '인격' 검증부터 시작해야

미국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진 밴저민 프랭클린은 ‘인생의 목표는 인격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13가지의 덕목을 정해 놓고 실천했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 한국의 대표 화가 박서보 선생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동서양의 현인들은 한결같이 ‘인격의 완성’이라고 대답했다.


돈을 버는 것도 명예를 얻는 것도 권력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라, 자신을 수양해 인격을 높이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무엇을 위해 인격을 완성하는지 묻지 않고, 그 자체를 삶의 숭고한 목적으로 삼는다.”고 답했다.


우리는 적어도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양을 쌓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경제성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에겐 ‘경제대통령’보다 ‘자유대통령’이 더 소중하다. 자유에 투철한 대통령이 국민 개인의 자유, 특히 경제적 자유와 소유의 자유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자유, 소유의 자유 없이는 다른 어떤 자유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의 소유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국민의 어떤 자유의 소중함도 모를 수 있다.


표(票)는 소중하다. 그리고 “표는 총알보다 강하다.”(에이브러햄 링컨).


ⓒ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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