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수요 잃고 무너진 ‘학교상권’…피해 눈덩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2.08 06:42  수정 2022.02.07 19:11

2022학년도 1학기 학사운영 방안 발표

학생 확진자 역학조사, 학교 자체 조사로 변경

특수상권, 불안정한 수요에 ‘폐업’ 코앞 하소연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뉴시스

유통·외식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특수 상권 중심의 매출 피해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년을 빚을 내며 버텼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새로운 학교 방역 체계를 담은 ‘2022학년도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전면등교 대신 오미크론 변이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학교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지역별·학교별 감염 현황 및 특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토록 학사운영 체계를 대폭 전환했다.


어떤 유형으로 운영할지는 지역과 학교에서 정하되, 기준 지표로 ‘학내 재학생 신규 확진 비율 3%’ 또는 ‘학내 재학생 등교중지(확진+격리) 비율 15%’를 토대로 결정하도록 했다. 원격수업이 잦아질수록 학습 결손과 정서·심리상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 배경이 됐다.


교육부는 그동안 새 학기 정상등교를 원칙으로 세우고 이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10대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입장을 바꿨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10만 명당 18세 이하 확진자 비중은 12월 5주 14.6명(25.1%)에서 1월 4주 40.0명(26.9%)으로 늘었다.


2022년 첫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매동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앞 유통 채널은 불안함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새 학기만 손꼽아 기다렸으나 또 다시 고립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학교 앞 상권은 목 좋은 자리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이가 빠진 것처럼 ‘임대’ 종이를 써 붙인 상가가 급증하고 있다.


원인은 유동인구 감소에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먹거리 등 소비를 하지 않는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상권은 빠르게 쇠락했다. 통상 학교 인근 상권은 학생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신학기 시즌이 돌아오면 방학 동안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런 경계가 없어졌다.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확진 상황에 따라 언제든 학사 일정을 바꾼다는 것은 당연한 이론이지만, 장사하는 사람 마음은 그게 아니다”며 “2년 넘게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다 보니 발주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로 지난해 특수상권 대부분 등교와 원격수업 등의 영향으로 주 고객인 학생들을 맞이할 기회를 잃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80∼90% 줄어 드는 결과를 낳았다. 고정 수요 급감은 벼랑 끝에 서 있던 자영업자를 벼랑 아래로 내밀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택가 상권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반적으로 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지난해 코로나 시국 전보다 최소 10% 이상 매출 하락세를 보였고, 특정 지역 일부 점포는 최대 50~60% 매출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초·중·고 상권뿐 아니라 대학 근처 상권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대학들은 대면 수업을 늘리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미크론 변수가 있어 대학들이 대부분 조건을 걸고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전면 대면 수업을 결정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조건에 따라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 연세대는 교수의 재량에 따라,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수강 인원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비대면 수업 전환이 가능하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학가가 한산하다.ⓒ뉴시스

외식업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위드코로나’의 달콤함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또 다시 차갑고 황량한 겨울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조금만 견디면 끝나겠지”라는 희망으로 버텨온 지 어느덧 2년이 지났지만, 대학가 상권에는 끝을 알 수 없는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이대 앞 호프집을 운영중인 B씨는 “월 기준 방학 시즌 매출이 방학 전과 비교해 절반 정도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방학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며 “이대 앞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의 영향도 큰데, 이들 발길이 끊기니 상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식업계는 자구책으로 배달 서비스를 적극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특수상권’이라는 배경이 다시 한 번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 상권 대비 임대료 등 부담이 배로 높아 대안을 마련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 차원에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상권만 지원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높은 임대료 등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상권이라도 해도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준점 마련이 어렵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형평성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을 하더라도 공평하게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준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신제품을 출시하고 프로모션 등을 활발히 해 배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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