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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⑳] 많이 아쉬웠던 ‘매트릭스4’…‘스미스의 반란’을 제안한다


입력 2022.01.25 13:41 수정 2022.01.25 10:4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매트릭스 : 리저렉션’(The Matrix Resurrections)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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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앤더슨은 또다시 혼란에 빠진다. 분명 유명한 게임 기획자이며 프로그래머로 살아가지만, 뭔가 이상하다. 자신이 게임 속에서 구현해 낸 ‘매트릭스’가 사실 게임 속 허구가 아니다. 그런 그의 앞에 또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를 ‘전설 속 구원자’라 생각하고 찾는 이들과, 그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들. 그가 사는 세상은 더 강력해진 새로운 버전의 매트릭스였다. 그리고 토마스 앤더슨 아니 네오는 또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어느 것을 먹을지. (줄거리)


유명준 : 먼저 ‘매트릭스 : 리저렉션’을 어떻게 봤는지.


류지윤 : 전 너무 재미가 없었.. 전편들에 정보나 기억이 오래되면 복기시키기가 너무 힘들던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한 번 더 보고 갔을 것. 그래서 너무 바쁘게 봤어요. ‘저건 뭐더라’ ‘아 맞다’ 이것의 반복. 심지어 생각보다 많이 나와는 데도 부족했어요.^^


홍종선 : 맞아요. ‘스파이더맨’은 전편들을 다시보기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되는데, ‘매트릭스4’는 1~3을 봐야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중간중간 과거 영상이 나오는 것으로는 부족. ㅠㅠ


유명주 : 중간에 과거 영상이 나오는 것이 그냥 ‘감독이 편하게 찍으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1~3을 복기시키지도 못했고, 연결을 원활하게 연결시키지도 못한 상황. 오죽하면 이번 ‘매트릭스’는 부부간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한 작품이란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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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중간에 영상 보여 주는 게 퍼뜩 생각이 안 나면 오히려 혼란 가중. 안 그래도 못 따라가도 있는 상황이라면. 다행히 저는 1~3편을 본 뒤 ‘리저렉션’을 봐서, ‘적어도 왜 만들었는지 그 이유는 알겠다’는 상황은 됐어요.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갑자기 끝났던 동화의 뒷얘기를 통해 너무 급작스러운 결말의 후폭풍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겹겹의 꿈같은 매트릭스를 통해 주제를 심화시키려 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더라고요. 그러나 1편이 보여 준 신선한 충격을 재현하지 못할 거면서 왜 만들었는지 아쉽더라고요. 그냥 뒷얘기는 우리의 상상에 맡겨 두지.


류지윤 : 오 그래도 다시보기 전과 저와는 확실히 다른 감상을 하셨겠네요!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로 남아야. ^^


유명준 : 진짜 1편은 최고였죠. ‘내가 사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게다가 개봉 당시가 2000년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메시지가 더 묘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류지윤 : 그래서 저도 좀 자아가 생기고 다시 봤을 땐. ^^ 너무 흥미진진 호접지몽 느낌.


유명준 : 이야기를 조금 돌려서, 선배나 지윤이는 매트릭스 처음에 봤을 때 어땠는지?


류지윤 : 1999년이니까 저는 처음에 그냥 액션영화 정도로만 인식했던 것 같아요. 그 유명한 장면들 나온 것들이 신기했고.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인간들의 모습이 기괴하고 묘한 비주얼 충격이었던 게 또 생각나네요.


홍종선 :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신선한 액션 영화로 받아들인 게 컸던 것 같아요. 비주얼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에 매달려 사는 우리가 매트릭스 세상에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제의식이 깊이 다가오면서 더욱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지윤 : 맞아요. 그 메시지가 여전히 힘이 있다는 것도!


유명준 : 어찌 보면 액션으로 시작해 메시지를 남긴 영화가 됐고, 그게 꾸준히 힘을 발휘하는. 이번 작품이 아쉬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인 듯요. 꾸준히 뭔가 메시지를 만들어낸 ‘매트릭스’인데, 갑자기 뭔지 모를 정리를 한꺼번에 하려하니 보는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거죠.


홍종선 : 요즘 유튜브를 비롯해 각종 SNS와 밀착해 사는 영상세대, 모바일세대를 보면 여기가 매트릭스구나 싶었는데. 이제 메타버스 얘기까지 나오고 보니 진정 매트릭스 세상이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오늘도 유효한 1999년 매트릭스의 문제제기.


유명준 : 개봉 당시에는 SNS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선배 말대로 실제 현재와 모바일 세상 사이에 간극이 커진 것을 보면 매트릭스 세상이 맞긴 해요.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 또 아쉬운 것이 모피어스. 로렌스 피시번의 무게를 없애고 너무 가볍게 만들었어요.


류지윤 : 크. 모피어스를 데려오셨어야죠. 너무 경박해 보였어요. ^^ 전편에 비해 무게감이 가벼워보여서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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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새로운 배우들이 액션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한국에서의 지명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다 보니까 영화로의 이입이 더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시대 조류에 맞춰 다국적 다인종으로 캐스팅한 것도 인위적 노력으로 보이고. 요즘 할리우드 영화들 캐스팅이 전반적으로 그런데, 초반에는 좋아 보였는데 이제 너무 의도적인 마케팅 전략 같아서 진정성이 덜 느껴져요. 나 영화 보고 난 뒤 로렌스 피시번 나이를 확인했잖아;;; ‘진정 출연이 불가능했습니까!’ 라는 차원에서.


유명준 : 1~3까지는 배우들 일관성이 있어서 몰입도가 좋았는데, 갑자기 다 바뀌니 확실히 몰입도가 떨어지더라고요. 로렌스 피시번이 왜 안 나왔는지. ㅋ 그 무게감이 사실 매트릭스에서 비중이 컸는데.


류지윤 : 그러니까요. 그래도 이미지나 상징적으로 너무 딱인 캐스팅이었는데.


홍종선 : ‘리저렉션’, 부활을 꼭 네오랑 트리니티만 했어야 했나. ^^ 우리 모피어스가 영화 처음 개봉할 때는 엔드크렛딧 2번이었다고. ^^


류지윤 : ^^ 부활도 꼭 했어야 했나 싶어요. 둘의 로맨스 보는데 조금 ‘짠내’났다고 해야 할까.


유명준 : 사실 모피어스만 제대로 무게 잡고 있어도, 적어도 ‘부부 결합’ 이야긴 안 나왔을 텐데.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도 했어요..차라리 둘의 아이? 혹은 둘의 의미를 잇는 다른 존재를 내세웠으면 어떨까.


홍종선 : 아, 그런 방법도. 라나 워쇼스키가 여성인 영향보다는 시대 흐름에 맞춰 네오보다 트리니티의 파워가 막강하고, ‘하늘 날기’도 되고 한 방 뻥 날리는 역할도 준 것 같은데. 이런 기계적 설정은 결코 편하진 않아요. 물론 남자만 영웅이고 여자가 보조인 서사는 변해야겠지만 그건 새로운 영화들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제 생각이 짧은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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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앞서 선배가 이야기했지만, 다인종, 혹은 여성 중심의 액션 서사 등의 흐름은 인정하지만 이게 너무 기계적으로 만들면 확실히 거부감이 있죠. 그러면 사실 모피어스가 바뀌어도 이해가 되겠죠. 어차피 등장인물 전체가 확 바뀌니.


류지윤 : ‘매트릭스5’각


유명준 : ‘매트릭스5’ 나올 수 있을까? 이번이 너무 망한 작품이라. ^^


홍종선 : 5이 나오지 말아야지. 4의 젊은 배우들 출연시켜서 새로운 액션영화 찍었으면 더 잘됐을 듯요. 제시카 헨윅 액션 끝내 주던데요.


유명준 : 5편은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장례식으로 시작을. 제시카가 뭔가 비장하게 미래에 대한 결심을 하는 장면을 넣고. 그러면서 ‘인셉션’처럼 ‘알고 봤더니 매트릭스 밖 현실도 기계가 만든 매트릭스였다’ 라는 설정을 넣으면.


홍종선 : 지금 서사로 보면 매트릭스는 네버엔딩으로 나올 수도 있죠. 매트릭스를 계속 리셋하고 새로운 관리자가 나오고, 관리자마다 통제 스타일이 다르니까


류지윤 :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로맨스에 SF가 이용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 보고나니 잔상에 남는 건 네오와 트리니티의 애잔한 얼굴뿐이었다고요.


유명준 : 그리고 기본적으로 키아누 리브스에 비해 캐리 앤 모스가 나이 들어 보여.


류지윤 : 뭐 언제나 예쁘고 젊은 것들만 사랑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전편들의 활약이 너무 좋았던 영화였던지라.


홍종선 : 그리고 빅브라더는 파괴됐지만, 엄청난 빌런 스미스가 살아 있어 아직. 이번엔 네오와 트리니티를 도와 줬지만. ^^ 5편 나올 구석은 많네;; 두 사람의 늙은 모습은.


유명준 : 1편에서는 스미스가 악역이 분명했는데, 점점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종선 : 시간상 60년 이상 지난 걸로 돼 있어서 더욱 늙게 한 부분도 있지 싶은데, 현실에서 매트릭스에 접속해 누워 있을 때의 모습이 특히.


유명준 : 그러다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뭔가 매력미를 풍기는. ^^ 매트릭스 접속한 장면 이야기하시니. 진짜 이 장면이 1편에서는 충격이었는데


홍종선 : 그런데 니오베 장군은 60년 흐르게 해 놓고는, 두 사람에 대해선 왜 이렇게 덜 늙었는지 모르겠는데 정도의 대사로 퉁 쳐버린. 그럼 배양액에 누워 있으면 덜 늙는 건가. ^^


유명준 : 배양액이 냉동인간을 만든 셈이죠.


홍종선 : ^^ 불노불사의 비결은 매트릭스. 진시황이 알았으면 병마용갱 만들지 않고 그리로 들어갔을 것. 아, 이러다 ‘매트릭스5’ 후속격으로 ‘스미스1’편부터 새로 시작하는 거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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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아. 스핀오프로.


류지윤 : 스핀오프. 저도 그 말 할라고 했는데. ^^ 저 그건 좀 재밌을 것 같아요.


유명준 : 사실 스미스편이 나오면 이번 매트릭스보다 오히려 더 흥행할 수도. 그가 왜 매트릭스 내에서 그렇게 홀로 존재하고, 스스로 만들며 커졌는지. ‘매트릭스 외전 : 스미스의 반란’. 뭐 이렇게. ^^


홍종선 : 원래 보안요원, 스파이 프로그램이었는데 자유를 꿈꾸는. 애초 인간이 아니니 모피어스 일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일 뿐 속박되지 않는 자유를 원하는 것은 같으니 매우 매력적 캐릭터이고 주연형 캐릭터야. 같이 말해 보니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스미스전’. ^^


유명준 : 알고 봤더니 스미스도 인간들을 위한 존재였고, 단지 세계관의 차이 때문에 네오와 싸웠을 뿐. 뭐 이런 방향으로. 히어로를 만드는 거죠. ^^


홍종선 : 사실 얼마나 답답했겠어, 프로그램으로 산다는 것. 나의 변화를 위해서는 새 패치만 기다려야 하고. 그러다 그는 빅브라더의 위치에 진정한 빌런으로 스스로 우뚝 섰는데. 관리자가 악이다 보니 반항자이자 대항자인 스미스는 선이 되는. 와, 진짜 히어로네! 사실 ‘리저렉션’. 부활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우리의 기억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하튼 네오와 트리니티가 훨훨 날아 줘야 4편이 재미있는데. 두 사람이 자연인으로서 늙은 게 문제였다기보다는 서사 자체가 두 사람을 너무 굴욕스럽게 해. 그 부분이 저는 착오였다 싶어요. 레전드는 역시 레전드로 남는 게 더 좋은데, 그걸 깰 생각이었으면 그 이상을 보여 줬어야.


<영화 ‘매트릭스:리저렉션’은...>


홍종선 : 영화감독의 과거 영광에 대한 재현, 아쉬운 부분에 대한 보완은 때로 영상보다 글이 나을 수도. 새로운 제목을 달고 그 안에 매트릭스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은 어땠을까. 영화 초반 ‘매트릭스 게임 4편’을 구상하는 논의의 시간이 긴 것 자체가 영화 4편의 당위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데, 그다지 설득적이지 못했다. 영화가 관객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지 못할 것에 대한 예견이 됐다.


류지윤 : 전설은 전설일 때가 좋은 것일까를 계속 곱씹은 영화, ‘매트릭스:리저렉션’이 기존 ‘매트릭스’가 가진 세계관과 철학, 비주얼, 액션의 매력에 그 어떤 (긍정, 부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웃프다.

유명준 : 부활시키려면 모피어스도 했었어야. 그러면 적어도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았을 듯. ‘스미스의 반란’으로 스핀오프 만들어달라.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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