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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조작, 예능제작진과 시청자의 동상이몽


입력 2022.01.08 15:38 수정 2022.01.08 15:39        데스크 (desk@dailian.co.kr)

ⓒSBS 화면캡처 ⓒSBS 화면캡처

작년에 예능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함소원이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가 하면, ‘골 때리는 그녀들’에선 PD가 징계 받을 상황이 됐다. 이외에도 온갖 조작논란이 예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시대다.


사실 원래 예능은 조작하는 장르였다. 그런 조작을 바로 연출이라고 하는 것이고, 이야기를 짜는 작가진이 핵심 스태프다. 방송가에서 예능 출연자를 ‘연기자’라고 불렀던 것도 예능이 실제와 거리가 멀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랬던 예능에서 조작 논란이 일상사가 되고 진정성이 중요해진 것은 리얼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버라이어티 3대장이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고, 이 프로그램들에서 국민MC가 탄생해 연예대상을 양분하면서 리얼의 시대가 열렸다.


예능이 이렇게 리얼을 표방하자 시청자들도 당연히 리얼을 중시하게 됐다. 그러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참돔 낚시 조작 논란, 대본 논란 등이 터지자 엄청난 공분이 일었다. 그런 홍역을 치른 뒤에 예능계에선 더욱 리얼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버라이어티를 빼고 리얼리티를 전면에 내건 것이다. 관찰예능의 시대다.


관찰예능의 대두와 함께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웃기려고 과장하고 꽁트를 꾸민다는 느낌을 주는 개그맨들이 예능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대신에 비록 덜 웃겨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간주된 배우, 가수 등이 예능계를 장악했고 더 나아가 요리사, 운동선수 등도 약진했다.


그래서 시청자는 더욱 예능에 진정성을 기대하게 됐는데 프로그램들이 그 기대를 저버렸다. 예능 제작진들은 리얼리티를 내세우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예능 포맷의 변화 정도로만 여긴 것으로 보인다. 리얼리티를 내걸면서 여전히 과거와 같은 연출을 이어왔다. 똑같은 리얼리티 예능을 두고 제작진과 시청자가 동상이몽 상태였던 것이다. 그것이 조작 사태들로 터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프로그램 조작을 밝혀낼 시청자의 능력이 커진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집단지성으로 방송 내용을 분석하기 때문에 문제점들을 금방 밝혀낸다.


그리고 과거엔 예능 내용 논란이 있어도 그게 공론화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순식간에 대형이슈로 비화한다. 이러다보니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환경을 아직 깨닫지 못한 듯한 제작진의 ‘조작 불감증’이 문제다. 이야기를 재밌게 꾸미는 연출을 당연시하는 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적어도 리얼을 내세운다면 그 내용도 리얼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청자가 관대하게 프로그램을 봐줄 필요도 있다. 뉴스 다큐가 아닌 예능인데 너무 과도하게 사실여부를 따지면서 공분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그만큼 이 시대의 대중이 진정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도 진정성을 의심받으면 한 순간에 추락한다. 리얼 전성시대의 예능도 그런 시대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불의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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