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구강 스프레이 영향"…음주운전 혐의 공무원 무죄 선고


입력 2021.12.20 14:48 수정 2021.12.20 14:50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공무원 "스프레이에 알코올 성분 포함돼…실제보다 높은 수치 측정" 주장

법원 "입 헹궈도 남을 가능성 있어…합리적 의심 배제하기 어려워"

지난 10일 서울 대림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대림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술을 마시고 차량을 몰다가 적발된 현직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44·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만성 기관지염이 있는 이 공무원이 에탄올 성분의 스프레이를 입 안에 뿌린 영향으로 음주 수치가 실제 음주량보다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후 11시 33분쯤 인천시 부평구 한 시장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500m가량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음주운전을 하던 중 단속 중인 경찰관을 발견하고는 차량 방향을 바꿔 현장을 이탈했지만 이내 붙잡혔다. A씨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주변을 보던 중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음주 측정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4%로 확인됐다.


A씨는 재판에서 "당일 오후 7시쯤 (1차 회식 때) 소주와 맥주를 섞어 한 잔을 마셨고, 오후 10시쯤 (2차 회식 때) 맥주 한 잔을 또 마셨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음주 측정 직전에 입 안에 뿌린 '인후 스프레이'에 알코올 성분이 포함돼 있다"며 "실제 음주량보다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도로교통법상 처벌을 받는 정도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음주 측정 직전에 입 안에 뿌린 인후 스프레이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차 회식 때 소주·맥주를 섞어 마신 술 1잔은 4시간 뒤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2차 회식 장소에서 마신 맥주 1잔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13%로 실제 측정 수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재판부는 "인후 스프레이를 뿌린 후 물로 입을 헹구더라도 구강 안에 남은 잔여 알코올이 음주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피고인이 처벌기준 수치 이상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수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