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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우리의 삶과 닮은 ‘이른 봄 늦은 겨울’의 매화


입력 2021.11.22 08:38 수정 2021.11.21 18: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이른 봄, 혹은 늦은 겨울. 매하는 추위가 채 가시지 전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기 마련이다. 매화의 계절 역시 매우 짧다. 잠깐 왔다가 가는 그 모습은, 우리의 삶과도 매우 닮았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이 2015년 초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창작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매화를 소재로 옴니버스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국무용 작법에 음악, 연극적 요소를 더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다양한 순간들을 그려낸다.


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늙은 여인의 이야기, 중국 설화 ‘나부춘몽’, 고려설화 ‘매화와 휘파람새’, 매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한 퇴계 이황, 옛 선비들이 매화의 향기를 찾아 눈길을 나선 탐매행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폭의 그림처럼 무대에 오른다.


매화는 선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시·서˙화의 소재로 순수와 결백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공연에서는 삶의 시간 중 지극히 슬프거나, 기쁘거나, 고통스럽거나, 감동스러운 ‘찬란한 순간’들이 차례로 지나가면서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안긴다.


공연은 동양의 예술적 소재였던 매화를 현대적 공연 양식으로 해석하는데 집중했다. 신선한 안무와 음악, 시적인 대사의 조화로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총체 가무극이다. 특히 배우들의 운용에 따라 갤러리 공간, 골목길, 매화나무 밭, 설 산, 숲속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도 준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무엇보다 ‘이른 봄 늦은 겨울’은 완급 조절이 기가 막힌다. 때로는 가볍게, 또 무겁게 흐르는 음악들에 서울예술단 무용단원들의 몸짓이 더해지면서 장면들은 더 풍성해진다. 또 우산이나 매화나무, 달항아리 등 소품의 활용이나 유머러스한 해석까지 더해지면서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의 폭을 더울 넓힌다.


“말이나 주장이 강하면 춤이나 음악이 그 말들을 설명하고 따라가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배우들과 소리, 연출, 안무가들의 감각과 상상력이 가득 들어올 수 있도록 가능하면 빈자리가 많고 느슨하게 쓰고자 했다”는 배삼식 작가의 말처럼, 언어의 빈자리는 소리와 안무, 무대 구성 등이 꽉꽉 채워가면서 빈틈없는 하나의 예술로 탄생한다.


무대에는 서울예술단 주역인 고미경, 박소연, 정유희, 김백현, 오현정, 최인형, 김성연, 하은서, 박혜정 등 19명 단원들이 오른다.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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