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3살 딸 77시간 방치해 사망…30대 친모 '징역 20년'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1.05 15:40  수정 2021.11.05 17:37

과자·젤리·주스병만 두고 사흘 외박…아동학대 살해 혐의

재판부 "피해 아동, 더위·갈증 속 사망…육체적 고통 컸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3세 딸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미혼모가 지난 8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여름 날 사흘 동안 외박을 하면서 3살짜리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살해와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2·여)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38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사흘 이상 홀로 집에 놔두면 사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육체·정신적 고통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의 죄책도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은 폭염경보가 발효됐을 사건 발생 당시 생수병을 열어 물을 마시거나 잠긴 현관문을 스스로 열 능력이 없었다"며 "피고인은 이를 알았고 사흘 이상 혼자 지내면 사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만 기다리다가 더위와 갈증 속에 사망한 피해 아동이 겪었을 육체적 고통이 상당히 크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생후 38개월에 불과한 피해자가 집에 홀로 방치돼 겪었을 배고픔과 외로움은 쉽게 짐작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올해 7월 21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 딸 B(3)양을 방치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77시간이나 지나 귀가했고 숨진 B양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B양 시신을 집에 그대로 둔 채 다시 집을 나와 2주 동안 남자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으며 지난 8월 7일 귀가해 119에 뒤늦게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7월 21일 집에서 나가면서 과자 한 봉지, 젤리, 아동용 주스 2개만 B양에게 줬다. A씨가 남자친구와 만나 노는 동안 B양은 물과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고, 심한 탈수 등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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