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마이 네임’, 여성 누아르의 제자리걸음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0.15 08:39  수정 2021.10.15 08:40

15일 공개

배우 한소희의 거친 액션은 돋보이지만, 그뿐이다.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 누아르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며 매력을 빛내지 못한 넷플릭스의 ‘마이 네임’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총 10부작 중 3회가 사전 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 이후 공개되는 첫 국내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으나, 3회까지의 ‘마이 네임’은 어디서 본 듯한 내용만을 반복하는 뻔한 범죄 누아르였다. 지우가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복수를 위해 조직에 들어가고 또 그곳에서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 없는 ‘다 아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누아르라는 장르 특성상 모든 클리셰들을 피할 수는 없다. 일례로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는 홍콩 영화 ‘무간도’의 한국 버전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언더커버 영화의 정석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였지만, 짜임새 있는 전개와 날것의 액션이 주는 긴장감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것이 호평과 함께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했었다.


문제는 ‘마이 네임’의 전개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것이다. 지우가 독기를 품게 된 계기를 납득시키고 싶었던 탓인지, 그의 사연을 구구절절 이야기로 풀어내 속도감을 늦춘다. 경찰 잠입 이후 본격적으로 쫄깃한 전개가 시작돼야 하지만 이 역시도 기존 누아르물을 변주 없이 그대로 가져온 탓에 쉽게 예측이 된다.


공을 들인 액션을 보는 맛은 있다. 한소희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물론, 1인칭 시점의 앵글로 마치 액션에 직접 참여하는 것 같은 생생함을 주기도 한다. 근육만 10kg을 증량했다는 한소희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탄생한 여성 누아르 ‘마이 네임’이 기존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에 그치게 한 것은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여성이 사건의 중심이 되고, 화려한 액션이 예고됐던 ‘마이 네임’은 자연스럽게 영화 ‘악녀’와 ‘마녀’, ‘미옥’ 등의 여성 누아르들을 떠올리게 했었다.


하지만 ‘마이 네임’은 성공 사례 ‘마녀’가 아닌, 아쉬운 사례 ‘미옥’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마녀’는 비밀을 간직한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이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조직의 실험이라는 미스터리를 적절하게 가미, 익숙한 듯 새로운 여성 누아르를 탄생시켰었다.


반면 ‘미옥’은 범죄조직의 2인자 나현정(김혜수 분)이 잔혹한 조직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지만, 결국 그의 동력을 모성에만 한정했었다. 김혜수의 액션 연기 도전과 백발 헤어스타일을 통한 파격 변신이 담긴 영화였지만,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지나친 감정이었다. ‘악녀’ 역시 실험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액션신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배신당한 여성 숙희(김옥빈 분)의 복수라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뻔한 서사가 이 장점을 묻히게 만들었다.


그간의 여성 누아르들이 남성의 전유물인 조직에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진짜 주인공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감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다 지루함을 유발하곤 했다. ‘여성 액션’이라는 타이틀만 뒤쫓다 서사의 탄탄함을 놓치기도 했다.


결국 ‘마이 네임’도 여성 누아르의 아쉬움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물론 아직 전체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후반부 남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3회까지 범죄 누아르의 공식을 진부하게 답습한 ‘마이 네임’이 초반의 아쉬움을 딛고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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