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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우리는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입력 2021.10.11 10:49 수정 2021.10.11 09:4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10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지구에서 9지구까지, 철저하게 계급으로 구획된 사회.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이 계급을 바탕으로 3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에 대한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계급과 정의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2018년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로 세 번째 막을 올리게 됐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작품은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열여섯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청소년기를 다룬 기존에 다른 작품들이 소년, 소녀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영 어덜트 범죄 추리소설’로 무거운 진실을 마주한 소년의 선택을 따라간다.


뮤지컬은 850쪽 분량의 대소설을 2시간 45분 분량으로 영민하게 축약하면서 빠르게 ‘제이 헌터’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툭툭 내던진다. 1막이 과거의 사건을 추리는 과정을 촘촘히 그려낸다면, 2막에서는 감추고 싶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힘겹게 열 여섯의 관문을 통과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습을 담는다.


특히 선택받은 1지구의 견고한 울타리를 벗어나 마침내 가족의 역사와 대면하게 된 다윈이 “태초의 세계를 누빈 인류의 발자취 속에 생존자는 모두 살인자들뿐인데 그 누굴 심판할까”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선, 악은 결국 생존에 내포된 씨앗이며, 그것이 승리자의 역사 속에 숨겨져 왔던 ‘악의 기원’이라는 극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주기 구획이 나뉜 계급사회, 지배계층의 이념을 가르치는 학교 등은 오늘의 사회 단면을 보는 듯 몰입감을 안긴다. 다윈 영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끈질기게 묻는다. ‘용서받지 못할 죄’를 비난하면서도 종국에는 이를 대물림하며 똑같은 어른이 돼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작품 안에서도 여러 인간의 군상도 보인다. 다윈으로 대변되는 아이가 생존을 위해 죄지음을 선택하고 어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루미의 선택도 강조된다. 루미를 통해 부조리하고 불가해한 세상 속에서의 작은 희망도 전달된다.


무거운 메시지는 잘 만들어진 문학적인 노랫말과 무대미술 등이 힘을 보태면서 균형감을 찾는다. 극작과 작사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해적’ 등을 집필한 이희준이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과 은유를 담아낸 서정적인 가사로 극을 써 내려갔다. 작곡은 뮤지컬 ‘엑스칼리버’ ‘팬텀’ ‘빅 피쉬’의 음악 작업에 참여한 박천휘, 무대미술은 박동우, 연출은 뮤지컬 ‘레드북’ ‘시티오브엔젤’ 연극 ‘킬 미 나우’를 만든 오경택이 맡았다.


뿐만 아니라 숨겨진 진실을 쫓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다윈 영 역에 이창섭·김용한, 베일에 싸인 진실의 열쇠를 쥐고 고뇌하는 니스 영 역의 민우혁·윤형렬 등 배우들도 호연한다. 10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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