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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등 돌리고 떠난 이재영·이다영, 사과는 없었다


입력 2021.09.25 07:00 수정 2021.09.24 18:5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이재영, 이다영 자매 그리스리그 진출 초읽기

'진심 어린 사과 있었다면'이라는 아쉬움 남아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 뉴시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 뉴시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결국 한국 배구를 등지고 그리스로 떠난다.


지난 2월, 이다영의 SNS로부터 비롯된 학교 폭력 논란은 사회적 이슈로까지 크게 확대됐고, 그 결과 쌍둥이 자매는 전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사실상 방출(등록 불가)된데 이어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되는 최악의 상황과 직면했다.


그러자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해외 리그였고, 마침 그리스리그 PAOK 테살로니키가 손을 내밀었다. 이적동의서를 놓고 대한배구협회와 국제배구연맹의 해석이 다르지만, 불법금지약물 또는 승부조작 등 배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그리스리그 진출은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10년 넘게 정들었던 한국 배구판을 쫓겨나는 모습으로 떠날지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나오고, 논란 발생 후 제대로 대처만 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20대 중반의 이들은 한창 코트를 누비고 다녀야 할 나이다. 한국 배구계에서의 장밋빛 미래는 망가졌지만 다른 곳에서 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생계를 위한 이들의 선택을 막을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 뉴시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 뉴시스

다만 아쉬운 점은 프로 선수로서 프로다운 선택을 했는가의 여부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쌍둥이 자매는 학폭 논란이 불거진 직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법정 공방 등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결과적으로 피해자 및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끝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쌍둥이 자매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거나, 이에 준하는 사과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배구계를 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로서 팬들과 국민 앞에 나서 머리를 숙였다면 또 어떠했을까.


의미 없는 가정에 불과하나 필자는 지금까지 대중 앞에서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는 이에게 돌을 던지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용기를 내 용서를 구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준다. 때문에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침묵이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재영, 이다영을 응원하는 팬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 데뷔 초창기부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파이팅을 외쳐주던 이들이다. 팬들이 원한 것은 딱 하나, 빠른 사과로 논란을 수습하고 징계 등의 모든 절차 등을 마친 뒤 다시 코트에 서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쌍둥이 자매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뒷수습도 없었고, 그대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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