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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청각장애인 가족의 성장기


입력 2021.09.09 13:01 수정 2021.09.09 12:1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코다’

‘코다’(CODA)란 무엇일까? 음악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금방 음악 용어를 떠올릴 것이다. 코다는 악곡을 끝내기 위해 특별히 추가된 마침 부분 즉 종결부를 의미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도 있다.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건청인(健聽人)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은 음성 언어보다 수어(手語)를 먼저 익히고 어렸을 때부터 수화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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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악을 통한 청각장애 가족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가 개봉했다. 프랑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4관왕을 수상했고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유력한 후보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는 청각장애 가족 사이에서 자란 주인공 루비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는 이야기로 프랑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루비(에밀리아 존슨 분)는 가족들의 귀와 입이 되어 세상과 연결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이상형인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 분)가 합창단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따라가 합창단원으로 가입하고 마침내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대학진학의 기회를 잡은 루비는 오디션장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가족들은 루비를 가족의 품에서 놓아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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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말한다. 루비의 가족은 대대로 어업을 생계로 살아가는데 루비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청각장애를 가졌다. 수화가 가능한 루비가 없으면 생선을 팔수도 없고 은행 대출은 엄두도 못 낸다. 루시의 가족이 동네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고립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과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이들로 하여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게 만든 것이다. 영화는 루비의 가족들이 오로지 딸한테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회의 무관심과 장애인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됨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가족애와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되짚는다. 어린 루비는 새벽부터 아버지와 오빠를 따라 뱃일을 나가 그들을 돕는다. 온 가족이 루비에 기대어 세상과 소통하는 탓에 루비는 가족을 떠나기 힘들고 대학진학도 쉽지 않다. 가족 모두가 루비의 진학을 만류했지만 결국 재능을 알아본 가족들은 진심으로 딸이 꿈꿔온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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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 ‘코다’의 음악을 맡은 마리우스 드 브리스는 그동안 ‘물랑루즈’, ‘킥 애스’, ‘라라랜드’ 등에서 음악을 맡아 흥행은 물론 숱한 명곡을 유행시킨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 장면은 교내 공연무대와 오디션 장면인데 음악영화답게 노래하는 장면에서 극의 절정을 유도하며 마빈 게이, 조니 미첼 등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명곡들이 루비 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슨을 통해 청아하게 들려온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해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이탈리아와 비슷해졌고 과거와 달리 일본과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사회도 성숙해져서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장애인과 노약자 그리고 저소득층을 배려할 때 우리사회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프랑스 작품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영화 ‘코다’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가족의 중요성으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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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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