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시장 규모 20조원으로 2008년보다 5배 성장
유통 대기업 참전…롯데하이마트 내달 ‘하트마켓’ 오픈
당근마켓·번개장터 국내외 투자 유치 경쟁에 열 올려
유통 대기업의 잇따른 참전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올 초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롯데하이마트도 중고 플랫폼 시장에 진출을 선포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중고 거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고거래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쇼핑·현대백화점·GS리테일 등 굵직한 유통 대기업들이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업무제휴나 지분투자 등을 늘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내달 자사 온라인몰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하트마켓은 하이마트 자사몰에 입점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전국 440여개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장소도 마련해주고, 보관·전달도 해준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신규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목표는 ‘집객’이다. 오프라인 고객 유치와 동시에 온라인몰 접속 빈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제품 역시 가전제품을 필두로 다양한 제품군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약 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롯데가 중고나라를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역량을 결합하면 단숨에 중고나라의 가치를 키울 수 있다.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도 크다.
이밖에 직접 진출이 아니라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도 있다.
GS리테일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당근마켓과 손잡고 ‘마감할인판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을 지역 생활 커뮤니티 앱 당근마켓을 통해 할인 판매한다.
이런 가운데 기존 플레이어들의 투자 유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3대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3대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95.84%에 달한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2015년 설립한 당근마켓은 2016년에는 3억원, 2018년에는 68억원, 2019년에는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선 시리즈D 투자로 당근마켓이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3월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 사모펀드(PEF)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5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에는 현대백화점이 번개장터와 손잡고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선보인 바 있기도 하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 탓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실용적 소비 심리가 이 시장의 성장과 긍정적으로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유 경제 확대로 재화에 대한 가치관이 소유보다 경험으로 이동한 데 따른 현상도 한 몫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체면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중고 거래가 일상화됐다.
여기에 쓰지 않는 물건을 방치하거나 버리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김으로써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크게 늘어난 점도 중고거래 활성화의 큰 이유로 지목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는 기본적으로 유통업계와 고객 접점이 크기 때문에 협력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안전한 중고거래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 단숨에 중고 시장의 가치를 높일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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