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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외국인 감독들의 시선, ‘북한‧김정은’을 향하다


입력 2021.08.03 13:40 수정 2021.08.03 13: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라이언 화이트 감독 '암살자들' 12일 개봉

"신체적 위협 없었지만 스트레스 엄청 났던 작업"

ⓒ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북한은 미지의 세계다.


여행은 고사하고 외교적 왕래가 쉽지 않아, 북한을 떠올리면 미디어가 조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 미사일 발사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북한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외부인들이 북한을 위협적임과 동시에 흥미로운 존재로 바라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 감독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래서 이들은 기회만 되면 꽁꽁 숨겨진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알리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고 있다.


12일 개봉을 앞둔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암살자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 의해 피살당한 사건을 재구성해 암살의 실체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인도네이사 출신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 도안 티 흐엉이 VX라는 화학무기를 써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전 세계 언론이 이 배후에 김정은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체포된 시티와 도안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당시 유행하던 몰래카메라 영상 제안을 받았다며 암살 사실과 의도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용의자로 나오고 있는 여성은 누구였는지, 암살사건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이 암살 사건에 어떻게 휘말리게 됐는지 주목했다. 암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용의자로 지목된 도안과 시티의 인생과 본질에도 균형을 맞췄다.


감독은 2년 동안 매달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도안과 시티의 재판 과정을 따라갔다. 증언을 얻기 위해 도안과 시티를 설득하고 이들의 변호사 협조를 얻었으며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도 접근했다. 또 1000시간 정도의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와 검찰 변호인단 증거들을 분석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이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두 여성이 무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티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살인 혐의 기소 취하로, 흐엉은 상해 혐의로 죄목이 바뀌며 석방됐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김정은이 이 영화를 보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조용하게 은밀하게 암살을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수백만 가지의 이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이런 암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포나 위협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지 않나 싶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암살자들'을 만들고 개봉하면서 신체적인 위협을 당한 경험은 없지만 사이버 보안에 대한 걱정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2014년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디 인터뷰'가 북한과의 관계와 해킹 때문에 개봉 관련 이슈를 겪은 일로 인해 미국 배급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도 털어놨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이 언급한 '디 인터뷰'는 실제로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감독의 '디 인터뷰'는 TV 토크쇼 사회자가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을 인터뷰하게 되자 CIA가 암살을 위해 이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예고편이 공개되자 북한이 미국 백악관과 UN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북한과 마찰을 빚었다. 또 소니는 해킹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들과 직원들의 개인 정보들이 유출되는 피해와 테러 경고를 받았다. 이에 개봉을 취소했지만, '북한에 굴복했다'라는 여론을 인식해 소니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러시아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북한과 러시아의 제의를 받아 북한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를 만들었다. 그러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의 통제를 피해 촬영 전후에 계속 카메라를 켜두며 북한 정부가 어떻게 촬영에 개입하고 주민들을 통제 억압하는지 담아냈다.


당초에는 8살 소녀 진미가 북한의 조선소년단에 가입하는 과정을 담고, 이후 아리랑대축제에서 벌이는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과정을 밀착 취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촬영을 하며 북한 정부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진미의 가족과 집은 촬영을 위해 조작한 연출이었다. 그는 '태양 아래'를 본 관객들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앙 같은 일을 제대로 직면해 연민하고 공감하길 바라며 기획 의도를 거스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자신이 취재를 위한 과정 속에 느낀 것들을 작품에 담으며 북한의 독재를 고발한다. 사회주의 아래 취약 계층을 착취·악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인권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작품을 통해 꾸준히 말하고 있다. 그리고 판단과 관심은 관객들의 몫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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