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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선 복구①] 묵묵부답 일관 北, 413일 만에 태도 돌변 왜?


입력 2021.07.28 00:00 수정 2021.07.28 05:0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靑 "양 정상 친서 교환…관계 회복 문제 소통"

北, 식량난 등 내부 어려움 타개 위해 나선 듯

남북관계 발판…美 대화 나설 가능성도 제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한 지 413일 만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 간 친서 내용에 대해 "양 정상은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또한 코로나와 폭우 상황에 대해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이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두 정상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누었다"며 "두 정상은 각기 남과 북의 동포들에게도 위로와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청와대의 발표 직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수뇌(정상)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10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 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알렸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한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각 판문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돼 있는 남북 간 통신선, 남북 군사 당국 간의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한 뒤 통화를 진행했다.


통화에서 우리 측은 "1년여 만에 통화가 재개돼 기쁘다. 통신망이 복원됐으니 겨레에 기쁜 소식을 계속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일부는 우리 측이 오전 9시와 오후 5시 양측 정기 통화를 제안했고, 북한도 호응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남북 합의에 따라 오늘부터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한다"며 "남북 소통이 중단되지 않고 다양한 현안 논의하고 합의 사항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며 대화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며 대화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묵묵부답하던 북한이 돌연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식량과 비료 등 외부물자의 수입이 여의치 않다. 장마와 태풍으로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폭염과 가뭄이 이어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으로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의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원국인 중국에만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 관계는 정체돼 있었지만, (이번) 정상 간 합의로 대화 기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날이 한국전쟁 정전 협정 체결 제 68주년이라는 점에서, 통신연락선 복원 날짜에 '상징적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정상 간 친서 교환을 통해 우선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협의를 거쳐 합의가 이뤄진 시점에 발표한 것이라, 오늘 날짜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거나 정전협정 체결일에 복원을 개시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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