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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지역상권법②] (현장) “대한민국 소비자처럼 불편한 소비자가 또 있을까요?”


입력 2021.07.29 07:03 수정 2021.07.29 08:0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역상권법 통과, 내년 4월 시행 예정

소비자, 지역 활성화 가로막을 것 우려

‘대기업=악’ 여전히 틀에 박힌 사고 비판

젠트리피케이션 막기 위해 규제 필요하단 의견도

이화여대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 국내 1호점.ⓒ임유정 기자 이화여대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 국내 1호점.ⓒ임유정 기자

“스타벅스 출점 막으면 소비자 권익은 누가 책임지나요?”


지난 27일 이화여대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 국내 1호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텅 빈 거리와 비교해 매장 안은 제법 북적였다.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찾은 관광객도 있었다. 덕분에 근처 식당까지 활기가 돌았다.


몇 년 전부터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다수의 사람이 몰리고,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상가가 생기면 다른 점포 유치를 위해 ‘스타벅스 입점 확정’이란 플래카드를 붙여 시선을 끄는 마케팅이 한 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년부턴 지역상인이 반대하면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 직영 매장이 출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이 통과돼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역상생구역·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 연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가맹본부의 직영점 등의 출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종의 안전 장치를 설치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지역상권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지역 활성화가 제한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대기업 계열 유명 프랜차이즈는 그 자체가 일종의 랜드마크여서 유동인구를 끌어모으고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이런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꼴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강모(30)씨는 “특정 상권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고정수요와 배후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주변에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끌어당기는 콘텐츠와 즐길 요소가 있고 없고에 따라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블랙아웃도시로 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대역 앞에 위치한 상권의 모습.ⓒ임유정 기자 이대역 앞에 위치한 상권의 모습.ⓒ임유정 기자

특히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크게 손해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천편일률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싫다며 예쁘고 개성 있는 동네 카페들만 순례하는 이들도 있는데 정치인들은 대기업 점포를 막아야 소상공인이 산다는 틀에 박힌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준생 이모(30대)씨는 “친구들 만날 때 고려되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형성돼 있는지의 여부”라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신촌은 친구들을 만나기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있어도 가격이나 메뉴, 선호하는 분위기 등에 따라 선택하고 또 찾아가는 시대가 왔는데 이를 법으로 막는다고 우려하는 문제가 해결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소비자의 편의성은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도 덧붙였다.


인근 상인들도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기업 브랜드들은 유동인구와 구매력, 입지, 임대료 등을 분석해 출점하는 데다, 최근 들어 온라인 강화 기조로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데 신중한 편이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촌에서 저가 브랜드 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지모(30대)씨는 “스타벅스 등 브랜드 충성도 등에 따른 소비자 이탈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근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테이크아웃 수요와 카공족 수요 등 고객 필요에 따라 세분화돼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층을 꾸준히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모여 있어야 한다”며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기업 출점을 막기보다는 그 지역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상반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지역상권이 망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상권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상권을 활성화시켰던 원주민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쫓겨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 카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상권법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상인과 임대인 등이 함께 자율적으로 상권 활성화와 임대차 보호를 위한 상생협약을 추진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상권 특성에 따라 세제감면, 재정지원 등 다양한 특례를 제공하게 된다.


신촌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하모(40대)씨는 “스타벅스 매장이 새로 생기면 기존 카페 사장들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스타벅스가 수도권에서 배달서비스까지 시작해 개인 카페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소비자 권익 침해 등 논란의 여지는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지역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이 출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알고 있는 신촌 내 스타벅스만 4개가 넘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자본력 갖춘 대기업만 살아남는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설왕설래 지역상권법③] (현장) “글로벌 경쟁력 밟아버리는 규제...통제 망령에서 벗어날 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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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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