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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고 가다 다 먹는 포항 반줄김밥 ‘비법은 어묵’


입력 2021.07.12 21:08 수정 2021.07.13 06:1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포항 반줄김밥. ⓒ SBS '생활의달인' 포항 반줄김밥. ⓒ SBS '생활의달인'

묵은지·고추냉이 등 시그니처 재료를 앞세운 김밥의 세계에서 어묵 하나로 줄을 세우는 김밥도 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반줄 김밥이다. 이달 초 SBS ‘생활의달인’에서도 소개된 이곳은 흔하디흔한 햄 한 줄 안 들어갔지만 ‘비법 어묵’으로 줄을 세우는 김밥 맛집이다.


대구 5일장 노점에서 장사를 하다 번창해 포항 죽도시장으로 확장 이전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가게의 김밥은 재료는 소박하지만 맛은 겸손하지 않다. 오후면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는 날도 많다.


두 딸과 김밥을 만드는 사장 이향순(65) 씨가 쓰는 재료에는 햄이나 달걀도 없다. 단무지, 우엉, 그리고 어묵만 있을 뿐이다.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프리미엄 김밥과 차별화된 맛을 낸다는 후기들이 눈에 띈다.


포항 반줄김밥을 먹은 손님들은 “김밥의 꽃이 햄이라고 하는데 햄 한 줄도 안 들어간다. 그런데 맛있다.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김밥 하나 먹는데 줄 서냐고 하겠지만 먹어보면 줄 서게 된다” “이 집 김밥은 집에 사들고 가다 다 먹게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과일 기름장. ⓒ SBS '생활의달인' 과일 기름장. ⓒ SBS '생활의달인'

어묵과 밥이 포인트다. 어묵은 간장에 조리는데 일반 간장이 아니다. 두부와 쌀을 넣고 구수하게 맛간장을 만든다. 간장 달이는 냄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른 생선을 넣는다. 해당 생선의 종류는 방송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밥도 다르다. 참기름 솥에 알록달록한 과일을 넣고 끓인다. 과일 역시 비법 중 하나라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만든 과일 기름장을 보슬보슬한 밥에 뿌리면 특제 밥이 완성된다.


이향순 씨는 ‘생활의달인’과의 인터뷰에서 “손이 느리면 못한다. 재료 하나씩 다 삶아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힘들지만 내가 가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며 하고 있다. 딸들과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에는 죽장 휴게소(휴게실)에서 판매하는 김밥도 유명한데 이곳 역시 어묵이 핵심이다.


어묵은 먼저 도라지를 물에 넣고 4시간 동안 우려낸다. 도라지물에 엿기름을 푼 수수밥을 넣는다. 하룻밤 삭힌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약한 불에 달인 뒤 일주일 숙성하면 도라지 수수조청이 완성된다.


간장에 물을 섞은 뒤 배, 양파, 사과, 그리고 비법 재료를 넣어 어묵을 볶을 간장을 만든 뒤 어묵을 푹 끓인다. 끝으로 도라지 수수조청을 넣어 졸여주면 해당 김밥 가게만의 어묵조림이 완성된다.


ⓒ SBS '생활의 달인' ⓒ SBS '생활의 달인'

이곳은 지난 2019년 SBS '생활의 달인'에서도 소개됐다. 김밥을 맛본 잠행단은 "일반 김밥이 아니다. 입 안에 기분 좋은 향이 확 난다"며 "어묵의 단맛이 보통 단맛이 아니다. 진짜 맛있다"라고 극찬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집의 김밥 한 줄을 먹기 위해 수년 동안 일부러 휴게소를 찾는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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