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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후폭풍②]기업·가계 4200조 빚잔치 종료, 정산의 시간


입력 2021.07.13 07:00 수정 2021.07.12 16:01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은행채·국고채↑, 대출금리 뛴다

가계· ‘한계기업’ 빚 상환부담 ↑

서울 중구의 한 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최근 은행 신용대출을 모두 갚았다. 얼마전 신용대출 만기 연장 문자를 받고 은행에 간 이 씨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존 신용대출 금리는 2% 수준이었으나 2.7%까지 올라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이 씨는 “최근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뛰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 가계에도 부담이 될 것 같아 신용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가계와 기업 부채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은행 빚으로 버티던 좀비기업 역시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 “기준금리 올린다”...시장금리 ‘들썩’

실제로 시장 금리 인상 속도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를 공식화한 지난달 은행채 3개월물 금리(28일 평균치)는 0.66%, 1년물은 1.1%로 지난달보다 0.02%포인트(p), 0.28%p 상승했다. 단기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대출금리 역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국고채 금리도 움직였다. 지난달 29일 기준 시장 금리의 바로미터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p 올랐다. 이는 2019년 11월 26일(1.475) 이후 19개월만에 최고점이다. 최근 1년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23일(0.79%) 이후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28일 기준으로 1.793%를 기록하며 2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 팀장은 지난달 29일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발표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변동대출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일부 은행이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금리가 떨어졌다”면서도 “5월 단기 변동 지표금리가 하락했으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코픽스 금리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채 5년물 같은 장기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 상승은 은행채 5년물 금리에 영향을 주고, 이와 연동된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에 시차를 두고 반영이 된다. 전체 주담대의 약 78%를 차지하는 변동금리형 주담대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코픽스(COFIX), 단기 은행채(3개월, 6개월, 1년물) 등과 연동돼있다.


가계 신용 현황 그래프 ⓒ 한국은행 가계 신용 현황 그래프 ⓒ 한국은행
◆ 가계, 이자 3조원↑...‘좀비기업’ 강퇴

각종 지표들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주체들이 대출 이자 상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계 기업 부채는 4226조원으로 지난 1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 등 3대 경제주체의 총부채는 5086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3%까지 늘었다.


가계 부채만 따로 놓고 보면 1분기 총액은 1765조원으로 같은 기간 9.5% 불었다. 한은에 따르면(지난해 가계대출잔액,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 기준) 개인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소득별로 따지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6조6000억원을 이자로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가계대출 잔액을 대신 대입하고, 금리가 0.25%p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체 가계 이자 증액은 3조1859억원 수준이다. 현재 시장은 한은이 이르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 기준금리는 0.50%이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 그래프 (자료 : 한국은행)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 그래프 (자료 : 한국은행)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기업 대출은 더 심각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강도가 높아지자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국내 38개 은행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대출해 준 누적 금액은 1225조6258억원으로 전년보다 145조원 증가했다. 중기대출 월간 증가폭은 3조~6조원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중이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기대출 잔액은 524조3904억원으로 전월(521조2655억원)대비 3조1248억원 늘었다.


문제는 번 돈으로 한 해 이자조차 못내는 ‘좀비기업’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중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기업 비중은 분석대상기업(2520개)의 39.7%(1001개)로 집계됐다. 2019년에 비해 2.7%p 증가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33.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0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같은기간 3.7%p 오른 32.6%를 기록했다. 10곳 중 4곳은 좀비기업이라는 뜻이다. 한계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이자상환 유예정책이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 은행의 중기 대출이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대이지만 유예 정책이 끝나고 나면 좀비기업들이 퇴출되고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가 선별적으로 이자지급을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만큼 당장 타격은 받지 않겟으나 기업, 개인 등 각 주체가 연착률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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