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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이정후의 걱정과 투수 김강민의 146km


입력 2021.06.23 15:05 수정 2021.06.23 15:06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이정후 "야구의 인기 식고 있어 올림픽 계기로 살아났으면"

SSG 김강민은 LG전 투수로 등판해 강속구로 이슈 몰이 성공

이정후. ⓒ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 키움 히어로즈

“요즘 야구의 인기가 시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경기가 끝난 뒤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소감을 밝히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당시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우승을 했다고 자랑한 기억이 있다”라며 “그런데 요즘에는 야구의 인기가 식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야구보다 e스포츠의 인기가 더 많다.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최근 야구 인기가 줄고 있는 것 같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야구의 인기를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 수려한 외모, 그리고 아버지 못지않은 야구 실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임에 분명하다. 평소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하게 했던 이정후이기에 그의 말은 한국 야구계가 귀담아 들어야할 조언임에 분명하다.


이정후의 말대로 KBO리그의 인기는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로 접어드는 중이다. 지난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기록했던 KBO리그는 이듬해 807만 명, 그리고 2019년에는 728만 명으로 입장 관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 총 관중 32만 명이라는 역대 최소 수치를 찍은 KBO리그다. 올 시즌도 입장 제한이 이어지고 있으며 어렵게 야구장을 찾아도 취식금지, 좌석간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예년과 같은 ‘먹고 즐기는 야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자와 연락이 닿은 수도권 모 구단의 홍보팀 관계자는 야구장의 문이 다시 활짝 열려도 코로나19 이전의 활황을 되찾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야구장은 ‘놀 수 없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100%의 관중을 받더라도 예전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스포츠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하고 이 가운데 ‘스토리와 이슈’가 필수적으로 담겨있어야 한다.


2013년 1군에 진입해 8년 만이었던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의 성장 스토리는 신규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재료였다.


특히 야구는 거의 매일 경기를 펼친다는 특수성을 안고 있어 타 종목에 비해 이슈 발생이 매우 잦은 편이다. 벤치클리어링, 본헤드플레이 등은 지양해야할 부정적 이슈이며, 호수비 또는 진기록 달성 등은 야구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다.


투수로 등판한 외야수 김강민. ⓒ SSG 랜더스 투수로 등판한 외야수 김강민. ⓒ SSG 랜더스

마침 22일 SSG와 LG의 경기에서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바로 SSG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의 마운드 등판이었다.


김강민은 팀이 1-13으로 크게 뒤진 9회 투수로 등판해 0.2이닝 동안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을 기록했다. 정주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시속 146km에 달한 빠른 직구는 흔히 말하는 테일링이 걸릴 정도로 구위가 대단했다.


김강민의 등판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신인 입단 당시 투수로 지명 받은 경력 때문이다. 여기에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와 같은 강속구를 뿌릴 수 있었다.


야수의 투수 등판은 부상을 불러올 수 있기에 감독 입장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기운 경기 막판,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간간이 출전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김강민이 깜짝 등판한 뒤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와 같은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김강민의 프로 데뷔 과정은 물론 호수비 모음집도 재조명받고 있으며, 심지어 자녀의 유치원 운동회에 참가해 계주 실력을 뽐냈던 일화까지 공개되고 있다.


긍정적인 이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야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김강민의 투수 등판은 조용했던 야구판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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