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하늘 나는 택시', 美 장비 경매하고 해외 개발총괄 찾는다

백서원기자 (sw100@dailian.co.kr), 편은지 기자, 이소영 기자

입력 2026.11.06 11:04  수정 2026.11.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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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널, 모하비 시험거점 장비 9·10월 두 차례 경매…시험용 등록도 말소

상반기 순손실 1103억원…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

5년 해외 파견 개발총괄 모집…KAI와 공동개발 방식은 협의 중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법인 슈퍼널이 2024년 CES에서 공개한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S-A2 콘셉트 모델.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하늘 나는 택시'가 미국에선 시험장비를 줄이고 해외로 보낼 개발인력을 찾고 있다. 미국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법인 슈퍼널이 현지 시험거점의 장비를 경매에 내놓고 시험용 기체의 항공기 등록도 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해외에서 장기간 개발사업을 이끌 총괄 인력을 모집하며 개발체계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를 개발하기 위해 2021년 미국에서 출범시킨 회사다. 2024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차세대 기체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며 2028년 상용화 목표를 내걸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지난해까지 이 회사에 2조3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6일 미국 산업장비 경매업체 자료에 따르면 슈퍼널은 9월 21~23일과 10월 12~14일 두 차례에 걸쳐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항공우주항 격납고의 장비를 경매에 부쳤다. 두 경매 모두 경매업체가 '초단기 공지 매각'으로 표기했다. 1차 경매에는 항공기에 지상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장비와 냉각제 서비스 장비를 비롯해 판금 절단·절곡 장비, 밀링·드릴 장비, 납땜 장비 등이 올랐다. 2차 경매에는 냉각제 서비스 장비 2대와 사무용 가구 등이 나왔다. 경매업체는 매각 물품을 슈퍼널 계속사업의 잉여자산으로 소개했다.


모하비는 슈퍼널이 시험 거점으로 활용해 온 곳이다. 슈퍼널은 2월 어바인과 프리몬트, 모하비 등에서 296명을 감원한다고 캘리포니아주 노동당국에 신고했다. 모하비 시험시설 인력 13명도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항공전문매체 디에어커런트에 따르면 감원 뒤 남은 인력은 70~80명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AAM 사업을 이어가겠다며 슈퍼널이 그룹의 항공기 개발을 맡는 조직 역할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이후 시험·제작 지원장비까지 경매에 나온 것이다.


시험용 기체도 등록부에서 빠졌다. 슈퍼널이 비행시험을 위해 만든 실물 크기 시험기(등록번호 N583TD)는 최근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록이 말소됐다. 등록자료 비교 기록상 10월 30일부터 11월 2일 사이 등록부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장비 경매와 등록 말소만으로 시설 폐쇄나 개발 중단을 단정할 수는 없다.


슈퍼널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손실 규모는 줄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슈퍼널의 상반기 순손실은 약 1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12억원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상반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슈퍼널 지분 추가 취득은 없었다.


기술 개발을 이끌 경영진도 새로 선임했다. 슈퍼널은 5월 회전익·수직이착륙 항공기 전문가인 파르한 간디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당시 조직을 간소화하고 기술 개발과 FAA 협의·기술 감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개발체계의 윤곽은 채용공고에서 엿볼 수 있다. 해외 파견 인력 채용은 감원 직후부터 이어졌다. 채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슈퍼널은 감원 신고 나흘 뒤인 3월 3일 근무지를 '해외 파견'으로 적은 시스템통합·운영안전·시험평가 매니저급 공고를 냈다. 최근에는 약 5년간 해외에서 개발사업을 총괄한 뒤 미국 어바인 본사로 복귀하는 프로그램 디렉터 채용공고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무의 제시 연봉은 최대 35만2000달러(약 4억8000만원)다. 시스템엔지니어링과 인증·생산·품질·안전·시험평가 등 분야별 책임자들을 이끌며 개발 일정과 예산,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자리다.


공고에 따르면 디렉터는 해외 개발 현장에서 슈퍼널의 이익을 대변하고 현지에서 확보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슈퍼널 내부 역량으로 쌓는 역할을 맡는다. 향후 개발 프로그램을 슈퍼널 주도 체계로 전환하는 업무도 포함됐다.


시험평가 매니저 공고에는 슈퍼널의 '파견된 시험 대표'로서 외부 시험체계를 내부 절차로 이전하는 역할이 명시됐다. 최근 외부 채용 사이트에 게시된 시스템엔지니어링·통합 엔지니어 공고에는 슈퍼널이 항공기 설계와 생산에 필요한 FAA 인증을 직접 신청하는 주체로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증 관리 절차를 내부에 갖추는 업무가 담겼다.


외부 개발 역량을 활용하면서 핵심 기술과 인증 관리체계를 슈퍼널 내부에 축적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파견 국가와 협력사, 대상 기체는 공고에 명시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7월 영남권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슈퍼널의 차세대 기체를 영남권에서도 병행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왼쪽)과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5월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기체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그룹 차원의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제조솔루션본부 전동화생기센터 안에 항공 파워트레인 제조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꾸렸다.


KAI와의 협력은 실무 협의 단계다. 현대차그룹과 KAI는 5월 AAM 기체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어 6월 김종출 KAI 사장은 "10월 중 공동개발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AI 측은 5일 양사 실무진이 계속 만나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다. 현대차·슈퍼널 인력이 KAI에 파견되거나, 양사가 인력을 공유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덧붙였다.


슈퍼널의 새 개발체계는 아직 밑그림 단계다. 해외 파견 인력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개발사업을 맡게 될지, KAI와의 협력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가 현대차그룹 하늘길 사업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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