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시행 추진에도 세부 로드맵은 불분명
해외 선물·취득가액 산정 등 과세 기준 미정
손실 이월공제 추진…250만원 기본공제는 유지
정부가 지난 5일 가상자산 과세를 2029년 1월로 미루는 방안을 발표하자 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취득가액 산정과 해외 파생상품 과세 기준 마련, 디지털자산법과 세법의 입법 순서 조율은 과제로 남았다.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해외 거래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세가 강행될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부담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덜었을 뿐만 아니라, 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 온 '손실 이월공제' 도입 추진 발판도 마련됐다.
다만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과세 준비 체계가 어디까지 갖춰졌는지, 향후 2년 동안 어떠한 보완책을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이번 발표에서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5일 내년 1월 예정된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029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미국과의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에 시작되는 데다,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따라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와 사업자 규율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연기 사유로 내세웠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지면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는 네 번째로 유예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과 과세 인프라 확충은 민간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부분"이라며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용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실제 제도 정비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유예 기간 동안 세부 과세 체계가 어떻게 마련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거래자료 받아도…취득가 계산은 누가
2029년부터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미국 측 거래정보를 확보하면 국내외 거래 간 과세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확보한 자료가 투자자의 신고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느냐다.
가령 국내외 거래소에서 같은 코인을 여러 차례 사들인 투자자가 일부를 개인지갑으로 옮겼다가 국내 거래소에서 팔았다면, 평균 취득단가를 구하려면 거래소별 매입 기록을 합치고 지갑을 거친 이동 내역을 대조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외 거래자료를 연계·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세청이 합산한 내역을 투자자에게 신고용으로 제공할지, 누락된 거래는 어떤 자료로 소명해야 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자료가 들어와도 투자자가 거래소마다 흩어진 내역을 직접 모아 계산해야 한다면 신고 부담은 여전하다.
해외 선물 과세는 미정
연 250만원 기본공제 조정도 빠져
해외 거래 내역을 확보하더라도 '어디까지 과세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 정립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재경부는 해외 거래소의 무기한 선물 과세 여부를 금융위원회와 추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현물 매매차익에 과세를 추진하면서 동일 코인 가격을 기초로 한 해외 파생상품 수익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이나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보상 역시 소득 발생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신고 및 과세 내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손실을 발생한 해의 다음 해부터 3년간 이익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한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이월공제 제도를 계속 운영하되 개별 손실을 이월할 수 있는 기간을 3년으로 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안대로 2029년 과세가 시작되면 그해 발생한 손실은 2032년 이익까지 공제할 수 있다.
과세 전에 사들인 가상자산도 시행 이후 팔아 손실이 발생하면 이월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2028년 12월 31일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보되, 실제 매입가가 그보다 높다면 실제 매입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계산할 수 있다.
연 250만원 기본공제의 조정 방안은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재경부는 기본공제를 먼저 적용한 뒤 남은 소득에서 이월손실을 차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소액주주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에는 과세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기본공제를 250만원으로 두는 게 적정하냐는 업계의 질문은 남았다.
내년 정기국회에 개정안
디지털자산법과 입법 순서는
정부는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꾸려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개정안에 담아 2027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부 과세 기준은 2028년 상반기에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입법 일정은 개정안 제출까지다.
디지털자산법에서 자산과 거래 유형을 어떻게 규율하느냐에 따라 세법상 과세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두 법을 어떤 순서로 논의할지, 국회 심의가 길어져도 예정대로 세부 과세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워킹그룹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제 세법에 얼마나 반영될지, 부처 간 이견이 생기면 누가 조정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제기된 문제를 언제까지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계획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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