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투수전에 찬물 끼얹은 실책…삼성, KT 잡고 승부 원점 [한국시리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11.04 23:03  수정 2026.11.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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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고영표 나란히 7이닝 1실점…팽팽했던 마운드 대결

10회 디아즈 포구 실책, 12회에는 KT 실수 틈타 결승 득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삼성. ⓒ 연합뉴스

명품 투수전의 마지막은 마운드가 아닌 수비에서 갈렸다.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던 두 팀은 연장전에서 잇따라 나온 실책에 희비가 엇갈렸고, 마지막에 웃은 쪽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KT 위즈를 3-2로 제압했다.


전날 1차전을 7-8로 내줬던 삼성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른 삼성은 적지에서 귀중한 1승을 챙기며 안방인 대구로 향한다. 반면 1차전 승리로 기선을 제압했던 정규시즌 1위 KT는 안방에서 열린 2차전을 내주며 시리즈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


양 팀 선발투수의 수준 높은 투구가 돋보인 경기였다. KT 고영표와 삼성 크리스 페덱 모두 7이닝을 책임지며 1실점씩만 허용했다. 타자들이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할 만큼 두 투수의 제구와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먼저 고영표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자신의 장점인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를 앞세웠다. 특히 6회초에는 실점 위기를 넘기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구자욱과 최형우, 르윈 디아즈에게 잇따라 안타를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지만, 다음 타자 류지혁을 1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삼성으로서는 경기 흐름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


페덱도 만만치 않았다.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등판 일정으로 체력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10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8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버텼다. 타선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KT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이어갔다. 고영표와 페덱 모두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한 경기였다.


연장 10회 결정적 실책을 저지른 디아즈. ⓒ 연합뉴스

선발이 내려간 뒤에도 쉽게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KT는 손동현에 이어 박영현을 투입해 삼성 타선을 막았다. 박영현은 8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삼성 역시 이승민이 1.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고, 원태인까지 투입하며 승부를 이어갔다.


삼성은 8회초 김성윤의 볼넷과 구자욱의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박영현을 상대로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9회초에도 류지혁의 안타와 이재현의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으나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KT 역시 9회말 허경민의 2루타로 끝내기 기회를 잡았지만 한승택과 권동진이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먼저 균형을 깬 쪽은 삼성이었다.


10회초 선두타자 김지찬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희생번트와 자동 고의4구로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KT는 스기모토 고우키에 이어 전용주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디아즈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팽팽했던 0의 행진을 깨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KT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0회말 삼성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선두타자 최원준을 잡았지만 장진혁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안현민의 빗맞은 타구가 3루수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지면서 내야안타로 연결됐다.


수비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타구가 파울 라인 부근에 떨어진 만큼 파울 여부를 지켜봤지만 공은 라인 안쪽에 머물렀다. 타구를 처리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KT는 주자를 쌓으며 다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까지 나왔다. 힐리어드가 친 1루수 앞 땅볼을 디아즈가 잡아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려 했지만,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는 과정에서 놓쳤다.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던 상황이 오히려 만루 위기로 바뀌었다.


원태인은 김현수를 상대로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밀어내기로 KT에 동점이 허용됐다. 앞선 타구 하나와 수비 실책 하나가 연달아 겹치면서 어렵게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KT 역시 김현수의 결정적 포구 실수가 나왔다. ⓒ 연합뉴스

연장 12회에는 KT 수비가 흔들렸다. 삼성은 박승규의 안타와 김상준의 안타 등을 묶어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재현이 투수 앞 땅볼을 쳤고, KT는 병살 플레이를 노렸다. 우규민의 송구를 받은 2루수 오윤석이 2루에서 1루로 연결하려 했지만 공을 한 차례 더듬었다.


급하게 다시 공을 잡아 1루로 던졌으나 송구가 정확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1루수 김현수가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사이 2루 주자 디아즈가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 삼성의 결승 득점이었다.


10회말 삼성의 실책이 동점의 빌미가 됐다면 12회초 KT의 수비 실수는 패배를 부르는 장면이 됐다. 양 팀 모두 투수들이 긴 이닝을 버티며 만들어낸 승부였지만, 마지막 순간 집중력에서 승부가 엇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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