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출산·의료·교육까지…난립한 공제 항목
공제 정보 격차는 곧 납세 불공정
세금 적게 내는 저소득층, 혜택도 제한
대통령도 재정지출 강조…세액공제 실효성 따져야
부가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각종 세액공제가 오히려 조세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각종 세액공제가 오히려 조세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세금에 대한 지식과 정보 접근성이 높은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충분히 닿지 못하는 데다, 복잡한 공제 요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마저 놓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조세지출보다 직접적인 재정지출을 우선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세액공제 중심의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과 국민의 실질적인 소득을 늘려주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현행 세제 지원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 원칙으로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특히 혼인·출산 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1조9000억원 규모를 재정지원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하면서 일정액 이상의 납세자 외에는 저소득층에 혜택이 닿지 않는 기존 지원 방식의 한계를 짚기도 했다.
공제 늘수록 복잡해지는 세금…혜택은 누구에게
현행 세제에는 혼인·출산·자녀 양육을 비롯해 의료비와 교육비, 주거비 등 다양한 목적의 세액공제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국민의 특정 지출 부담을 덜어주고 정책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세액공제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느냐다. 세액공제는 기본적으로 산출된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공제받을 세금 자체가 적거나 없다면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환급형 공제 등 예외적인 제도가 있지만, 모든 세액공제가 동일한 방식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세금을 많이 내는 납세자에게는 공제 혜택이 실질적인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세금 부담이 적은 저소득층에게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특정 정책을 장려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도입했더라도 정작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혜택에서 소외된다면 정책 목적과 실제 효과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액공제 항목이 늘어날수록 납세자가 자신에게 적용되는 제도를 파악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공제 대상과 소득 요건, 지출 기준, 증빙 방식 등이 제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연말정산 과정에서 상당 부분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모든 공제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신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혜택을 놓칠 수 있다.
세법을 아는 사람이 더 유리한 구조
세제 지원의 또 다른 문제는 정보 격차다. 세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납세자와 그렇지 못한 납세자 사이에 혜택 활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액공제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납세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공제 항목을 찾아야 하고, 적용 요건과 증빙 자료도 확인해야 한다.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도 차이가 생긴다.
물론 세액공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지출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은 정책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납세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공제 항목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정책 효과가 커진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참여연대는 올해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조세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과세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운영돼야 한다”며 “정부는 자산과세 정상화와 조세특례 개편을 같은 원칙 아래 추진하고, 조세부담률과 재정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분명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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