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편수 회복 시급, 새 지원체계 필요"…드라마 산업계의 K-드라마 '미래' 위한 호소 [현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1.04 11:55  수정 2026.11.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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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편수 감소,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건강한 생태계 회복 위해 도움 필요"

드라마 제작 관련 협회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며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 방송 드라마 관련 12개 단체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K-드라마의 제작 기반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며 드라마 제작 편수 회복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송병준 회장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지만 현장은 흔들리고 있다"며 줄어든 편수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감소했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편성은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줄었으며, 주중 드라마 편성을 중단한 채널도 있었다.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장수정 기자

제작 편수 감소는 일자리와 창작 기회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각 단체의 대표들은 현장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한국드라마PD협회 김종창 대표는 "엊그제 드라마 7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한류 드라마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 일자리가 없다. 함께 일했던 스태프, 배우, 작가들, 편집, 미술까지. 보통 드라마를 하면 50~100명 정도의 스태프가 함께한다. 그런데 숏폼과 AI 드라마까지 확대되며 혼란스럽다. 대세를 따르기는 해야 하지만, 처한 상황 자체가 곤궁하다. 심정적으로 호소를 드리고 싶다.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촬영인협회 김태봉 회장은 스태프들의 상황을 짚었다. 그는 "12개 단체가 모인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방송 스태프들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다. 우리가 체감하는 드라마의 위기는 단순히 제작 편수의 양적 하락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래 기술을 쌓아온 스태프들이 축적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 제작 요건이 하락하고 있으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거나, 표준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좋은 영상은 촬영 당일 이뤄지는 게 아니다. 베테랑이 현장을 지키고,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K-드라마 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유지돼야 한다. 제작 편수,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다양한 예산, 장르의 작품들이 지속돼야 일자리도 생기고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박해영 작가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급성장하며 치솟은 제작비를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OTT가 들어오면서 한국 드라마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글로벌 OTT 제작 관행으로 제작비가 급상승하면서 자체 자금력만으로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제작사, 방송사는 사라지게 됐다. 제작 편수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가 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보조 작가를 다음 작품으로 이어줘야 하는데, 대부분이 놀고 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스토리의 최강자는 산업을 따라간다. 드라마 산업은 그간 좋았기에 스토리 최강자들이 있을 수 있었다. 현재는 그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장르로 넘어가곤 한다. 숏폼, 게임 쪽으로 많이들 이동하고 있다. 내 꿈은 재밌는 드라마를 계속 보는 것이다. 늦기 전에 외국 거대 자본에 종속돼 이끌려 가는 상황의 고리를 끊고, 한국 드라마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방송작가협회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1편의 성공한 작품보다 99편의 작품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제작 편수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1편의 성공한 드라마보다 나머지 99편이 중요하다. 그것이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일자리를 보장해 주고 다양한 창작 활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성공한 배경엔 글로벌 OTT의 힘이 크다. 그런데 그 자본에 종속돼 우리 토종 작품이 나오기 어렵게 됐다. 우리 한류는 글로벌 OTT가 들어오기 전부터 성공을 했다. 이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생태계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 연간 편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그간 콘텐츠 정책금융 확대와 드라마 IP 확보형 제작 지원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 왔으나, 단체들은 지금의 위기는 개별 사업의 증액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위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책의 방향성도 달라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먼저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 회복을 국가의 정책 목표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대작 뿐 아니라 중·저예산 작품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꾸준히 제작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제작 편수의 회복이 곧 현장의 일자리와 신진 인력의 성장 기회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1조원 규모의 중장기 K-드라마 투자·지원체계 구축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의 편성·투자 여력 감소와 민간투자 위축을 보완하려면, 정부가 마중물이 되는 새로운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제작–유통–수익 회수–재투자의 순환을 복원해 산업 생태계 전반을 회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내 방송사·OTT와 연계해 투자 작품이 편성·유통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하자고말했다. 조성 기간과 재원 구성, 운영 방식은 정부와 방송사, 제작사가 함께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와 국회가 드라마 제작 산업의 위기를 국가적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종합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제작 현장과 협의해 중장기 투자체계 설계에 착수하고, 국회는 2027년도 예산 심의에서 중·저예산 작품과 신진 인력 지원을 검토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1조원을 한 번에 투입하자는 건 아니다. 마중물 개념이다. 산업 회복을 위해 중·저예산 작품에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지원의 방향성을 강조하며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선 투자와 배급, 이익 산출 구조가 선순환이 돼야 한다. 현재 드라마 시장은 흑자를 낼 수 있는 제작비가 한정돼 있다. 경쟁자들이 사라지면서 우리 드라마 수출 단가가 축소된 측면도 있다. 한 사람에게 몰리는 제작비 관행을 없애고 신인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노력도 약속했다. 송 회장은 "제작비 구조를 합리화하고, 공정한 제작 구조를 정착시키겠다. 지난 성공을 자축할 때가 아니다. K-드라마의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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