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야구는 불펜 싸움…천당과 지옥 오간 KT, 박영현 없었다면[한국시리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11.04 08:32  수정 2026.11.04 08:33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로건 2실점·김정운과 오원석도 1실점씩

8회 만루서 투입된 박영현, 5개 아웃 책임

KT 특급 마무리 박영현. ⓒ 연합뉴스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역할이 경기의 출발을 책임진다면, 불펜은 승리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자리다. 아무리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고 선발 투수가 호투하더라도 뒤를 받치는 구원진이 흔들리면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KT 위즈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불펜으로 인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KT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6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7로 승리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접전 끝에 거둔 승리지만, 경기 내용은 달랐다. 6회까지 8-0 앞서던 경기가 불펜 난조로 한 점 차까지 좁혀졌다.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킨 박영현이 없었다면 KT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현대 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발 투수가 7~8이닝을 책임지고 마무리 투수가 마지막 이닝을 정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고 타자와의 세 번째 대결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려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부담은 줄어드는 추세다.


선발이 일찍 내려오면 그만큼 구원 투수들이 책임져야 할 이닝이 늘어난다. 감독의 투수 교체 시점과 상대 타순에 따른 맞춤형 기용, 좌우 타자에 대한 대응까지 불펜 운용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이 정규시즌보다 압축되고, 불펜의 활용 폭도 넓어진다. 한 경기에서 여러 명의 구원 투수가 등판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문제는 불펜이 단순히 남은 이닝을 채우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구원 투수는 앞선 투수가 남긴 위기까지 떠안는다. 짧은 시간 안에 몸을 풀고 곧바로 승부에 들어가야 하며, 한 번의 볼넷이나 장타가 경기 전체를 뒤집을 수 있다. 팀마다 믿을 만한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를 확보하려 애쓰는 이유다.


이날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은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도 1회부터 점수를 쌓았고 안현민, 한승택, 김현수의 홈런까지 터지면서 6회말 8-0으로 달아났다.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한 흐름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불펜 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 연합뉴스

그러나 7회부터 마운드가 흔들렸다. 구자욱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대니엘이 르윈 디아즈에게 안타까지 맞자 KT 이강철 감독은 로건 앨런을 투입했다. 좌타자들이 이어지는 삼성 타순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로건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실점하며 삼성의 추격에 불을 붙였다. 이어 등판한 손동현이 김헌곤을 처리했지만, 김정운 역시 이재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7회에만 5점을 내준 KT는 8-5까지 쫓겼다.


8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원석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김성윤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김영웅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로건이 2실점, 김정운과 오원석이 각각 1실점하는 등 구원진이 잇달아 흔들렸다.


결국 이강철 감독은 8회 1사 만루에서 마무리 박영현을 조기 투입했다. 9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더 이상의 실점은 곧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로건의 투입을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당초 오원석을 염두에 뒀지만 8점 차 리드가 만들어지자 운용 계획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에 활용하던 투수들로 경기를 마무리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실상 불펜 운용의 실패를 사령탑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한국시리즈처럼 한 경기의 결과가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전에서는 투수 교체 한 번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


이날 KT의 불펜 난조로 인해 마무리 박영현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 사실 마무리 투수는 마지막 이닝만 책임지는 선수가 아니다. 앞선 투수들이 무너졌을 때 가장 어려운 상황을 수습하는 역할까지 요구받는다.


이날 박영현은 타자를 압도하는 능력이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폭투로 실점한 뒤에도 다음 타자를 처리했고, 마지막 이닝에서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만 8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한 점 차까지 쫓긴 마운드 운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도 불펜이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면 박영현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마무리 투수 한 명의 역량만으로 시리즈를 버텨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KT가 첫 경기에서 얻은 승리만큼이나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