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뒤 현실감 한 스푼…인기 장르 된 호러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1.05 08:50  수정 2026.11.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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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의 무게부터 ‘꿀알바’의 생존 투쟁까지,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

과거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자 여름철 반짝 인기를 누리는 장르로 여겨졌던 호러가 소설로, 드라마로 부지런히 대중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귀신 또는 괴물이 선사하는 공포를 넘어, 팍팍한 현실을 흥미롭게 반영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기묘한 분위기의 호러 소설이 독특한 상상력을 동력 삼아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 기묘하고 서늘한 아홉 편의 단편을 엮은 성해나 작가의 기담집 ‘인비인’을 비롯해 나폴리탄 괴담 형식에 한국사를 엮은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사랑받았다.


또한 1993년생 한국계 작가 모니카 김의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장녀가 ‘생선 눈알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뒤부터 가족의 행복을 위해 점점 더 ‘눈알’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K-호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기괴하고 섬뜩한 설정 이면에 세 모녀의 이야기를 반영한 작품으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연출을 맡아 영화화도 확정됐다.


‘인비인’·‘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표지ⓒ

이 흐름은 영화, 드라마로도 이어진다.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꿀알바’는 최근 1020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규칙 괴담’(특정 장소의 매뉴얼이나 수칙 형식을 빌려,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금지 사항을 나열해 공포를 유발하는 장르)을 차용해 흥미를 자아낸다.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내용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놀이공원 퍼레이드 아르바이트, 우유 배달 등 매회 새로운 장소에서 다른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꿀알바’ 스틸ⓒ넷플릭스

극장가에서는 ‘클레이페이스’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사고로 얼굴과 경력을 잃은 배우 맷 헤이건은 첨단 기술을 통해 외모를 되찾으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신체에 변이가 일어나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맷 헤이건의 신체 변화를 둘러싼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재미도 있지만 마치 괴물처럼 변하는 그의 신체가 선사하는 시각적 충격을 활용한 바디 호러물의 흥미가 뚜렷한 작품이다.


초자연적 현상을 넘어 현대인의 ‘현실 공포’를 서사의 동력으로 삼으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K-장녀’의 팔자 극복 잔혹극을 표방하며 K-호러의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꿀알바’는 청년층의 팍팍한 현실을 동력 삼으며 ‘밥벌이 호러’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클리이페이스’ 역시 외모에 대한 집착, 실패에 대한 걱정 등 현대인의 불안을 신체 이미지로 시각화해 바디 호러 특유의 긴장감을 배가한다. 즉 일상과 밀착된 공포를 통해 보는 이들의 강력한 몰입을 끌어낸 것이 호러 대중화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주인공의 생존 또는 위기 극복을 응원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까지. 색다른 재미를 원하는 대중에게도 호러가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현실감’ 한 스푼을 더하며 진화한 호러 장르가 건네는 ‘매운맛’ 위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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