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바뀌어도 세븐틴… 유닛이 팀의 수명을 늘리는 법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0.31 08:00  수정 2026.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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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조슈아 ‘드림스케이프’ 초동 80만 장 돌파… 군백기 파도 뚫은 세븐틴의 융합 전략

같은 멤버, 다른 조합, 전혀 다른 음악… ‘유닛’을 그룹의 기본 단위로 고착화

‘고잉 세븐틴’ 캐릭터 연계… 입체적 스펙트럼 완성

케이팝(K-POP) 시장에서 멤버 수가 많은 다인원 그룹은 늘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압도적인 무대 대형과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멤버들의 군 복무가 시작되는 순간 팀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군백기’의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 11년 차를 맞이한 세븐틴(SEVENTEEN)은 이 난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은 멤버 간의 조합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팀 전체의 수명을 능동적으로 연장하는 유닛 운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정한·조슈아 ‘드림스케이프’ 콘셉트 포토 ⓒ플레디스

28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매된 정한·조슈아의 미니 1집 ‘드림스케이프’(DREAMSCAPE)는 첫 주에만 약 80만 4900장이 팔렸다. 오는 30일에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단독 공연까지 진행하며 세븐틴의 유닛이 이미 강력한 브랜드로 뿌리내렸음을 증명한다.


핵심은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유연성’이다. 통상적인 그룹들이 한 번 묶인 유닛 조합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세븐틴은 한 멤버가 여러 조합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정한이 2024년 원우와 몽환적인 스릴러 콘셉트 ‘디스 맨’(THIS MAN)를 선보인 뒤 올해는 조슈아와 감성적인 팝 장르로 돌아온 것처럼, 활동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이런 운영의 바탕에는 유닛을 그룹의 기본 구성으로 삼은 오랜 시간이 있다. 세븐틴은 데뷔 초부터 팀 내 힙합·보컬·퍼포먼스 3개의 유닛 체제를 운영하며 팬들에게 일부 멤버만의 조합 역시 세븐틴 음악의 일부임을 학습시켰다. 또한 앨범 수록곡을 통해 도겸·승관의 ‘세이 예스’(Say Yes), 정한·조슈아의 ‘폴링 포 유’(Falling For U) 등 소규모 조합들을 심어두며 연차가 쌓임에 따라 정규 음반과 공연을 이끄는 독립적 주체로 키워냈다.


고잉 정한·조슈아 스페셜 ⓒ플레디스

세븐틴의 유닛 활동이 팀 전체의 팬덤을 이탈시키지 않고 흡수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자체 예능 ‘고잉 세븐틴’과의 결합이다. 유닛이 출격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소모적인 기회비용을 쏟는 대신 세븐틴은 수년간 축적된 멤버 간의 관계성과 캐릭터를 유닛 홍보의 서사로 변주한다.


최근 공개된 ‘고잉 정한·조슈아 스페셜’은 앨범의 주제인 ‘꿈과 현실’을 예능 심리 게임으로 치환하는 동시에 팬들이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의 전략가 캐릭터를 극대화했다. 앞서 도겸·승관의 ‘소야곡’ 활동 당시 진행된 ‘악당 뿌도’ 콩트 역시 진지한 발라드 음원과 엉뚱한 캐릭터의 대비를 활용해 신곡 접촉 범위를 쾌활하게 넓혔다.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들 안에 언제나 다른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한다는 점이다. 승관이 정한·조슈아 콘텐츠의 사회자로 나서고 디노가 도겸·승관의 콘텐츠에 ‘피철인’이라는 부캐릭터로 지원사격에 나서는 식이다. 이는 ‘결국 우리는 세븐틴을 보고 있다’는 유대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세븐틴 ⓒ플레디스

이 입체적인 결속력은 무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지난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에 선 도겸·승관은 60분의 세트리스트 동안 유닛 신곡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각자의 솔로곡은 물론, 호시와 함께하는 유닛 부석순의 ‘7시에 들어줘’까지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다인원 그룹의 롱런은 멤버 간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개인과 팀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을지 구조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올해 세븐틴 13명 전원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재계약을 완료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멤버들은 팀을 이탈하거나 희생하지 않고도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아티스트적 욕망을 해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군백기라는 필연적인 파도 앞에서도 세븐틴의 음악적 영토가 오히려 확장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끊임없이 유닛을 변주하고 연결해 내는 진화된 그룹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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