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첫 100조·영업익 83조…영업이익률 역대 최고 80%
"D램·HBM 2029년까지 사실상 완판"…14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HBM4 전환·설비투자 확대
현 주가 저평가 판단에 자사주 매입·소각…키옥시아 수익 특별배당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PLEASE MAKE MORE' 문구와 함께 사인을 남긴 HBM4E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DB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과 주가 저평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실적으로 답했다. 아울러 향후 3년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사실상 확보됐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한편, 올해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공급계약으로 실적의 안정성을 높이고,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중장기 사업 전망과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부담과 메모리 업황의 정점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의 수요 전망과 이를 뒷받침할 계약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더 주목하는 점은 이러한 실적을 뒷받침하는 사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와는 다른 성장의 가능성이 구체적인 사업구조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결 기준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32%, 38% 증가했다. 매출이 분기 기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80%)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HBM4 양산·출하가 본격화된 가운데 서버용 DDR5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40% 이상 늘었다.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후반, 낸드플래시 ASP는 20% 중반 상승하는 등 메모리 가격 강세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다만 당기순이익은 39조775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8% 감소했다. 외환 관련 손실 11조6000억원과 투자자산 평가손실 22조9000억원 등이 반영되며 순영업외비용 32조6000억원이 발생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 최근 분기 실적 추이.ⓒSK하이닉스 자료 바탕 이미지
"2029년까지 사실상 완판"…장기계약으로 수요·수익 가시성 확보
SK하이닉스가 이날 강조한 것은 당장의 실적보다 향후 수년간 이어질 수요의 지속성이다. 회사는 "이미 확보한 장기공급계약(LTA) 물량과 현재 고객사들과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향후 3년 동안 당사의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계약뿐 아니라 협의 중인 물량도 고객사의 구체적인 구매 계획에 기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 14곳과 LTA를 체결했다.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을 기본으로 하며 일부 고객사와는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공급가격은 고객사와 합의한 범위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설계했다. 고객사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계약 이행 장치도 포함했다.
장기계약으로 일정 물량의 판매 기반을 확보하면서도 시황 개선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중장기 LTA 비중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생산능력은 차세대 제품 수요와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곽 CEO는 "기술 경쟁력으로 쌓아온 고객의 신뢰가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의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30~80% 증가하고, 클라우드 수주잔고도 2~5배 늘어나는 등 AI 관련 투자가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투자 주체가 소수 빅테크에서 일반 기업과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일부 기업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소버린 AI나 기업 자체 인프라 구축 수요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메모리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첨단 공정의 기술적 난도 상승으로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E(7세대)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DB
HBM4 연말 주력 전환…투자 확대하되 공급 과잉은 경계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과거 메모리 산업에서 반복됐던 공급 과잉 위험을 고려해 실제 생산능력 확대는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4분기에는 HBM4가 전체 HBM 출하량과 매출 비중 모두에서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청주 M15X의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연말까지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HBM4 양산 수율은 당초 계획을 웃돌면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주요 고객사와의 HBM 공급 물량 및 가격 협상도 마무리했다. 회사는 HBM4의 높아진 제품 가치를 거래 조건에 반영했으며, 내년 HBM 매출과 이익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HBM 고객사들의 요청 물량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일부 고객사가 HBM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움직임 역시 제한된 공급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2027년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첨단 공정 전환, 국내외 인프라 확충 등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자 확대가 공급량 증가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HBM 등 고성능 제품의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늘어나는 반면, 미세화를 통한 비트 생산량 증대에는 제약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부문장(CFO)은 "현재의 투자는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 전환과 고부가 제품 확대에 필요한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용인 클러스터와 M17 등 신규 팹의 건물 골조 공사는 앞당기되 클린룸은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 역시 고객 수요에 맞춰 조절해 공급 과잉 위험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자료 바탕 이미지
"현 주가, 이익·현금흐름 반영 못 해"…100조원 주주환원
SK하이닉스가 이날 시장에 제시한 또 다른 메시지는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과 주주환원 확대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 기준 현금배당 30조원 이상과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을 포함해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3분기 현금배당 14조원과 자사주 20조원 매입을 결의했다. 자사주 매입분 가운데 임직원 보상 목적의 10조원을 제외하면 이번에 결정한 주주환원 규모는 약 24조원이다. 3분기 주당 배당금은 2만원이다. 실적 개선을 반영한 배당 1만원과 일본 키옥시아 투자 성과를 활용한 특별배당 1만원으로 구성된다.
회사는 올해 키옥시아 투자로 실현한 수익의 대부분을 특별배당으로 환원할 방침이다. 결산이 마무리되기 전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는 투자 성과가 최종 확정된 후 2026 회계연도 결산배당에 포함한다. 자사주 매입 20조원 중 주주환원 목적인 10조원은 전량 소각한다. 앞서 지난 8월 결정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지난주 마무리했으며 해당 물량 역시 소각할 예정이다.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무게를 둔 배경으로 현 주가에 대한 저평가 판단을 제시했다. 김 CFO는 "현재 당사의 주가는 당사가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주식을 매입하여 소각하는 것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금배당은 실적 개선과 과거 배당수익률, 글로벌 주요 성장기업의 배당수익률, 적정 보유 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주주환원 재원에서 현금배당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사주 매입에 배정했으며, 분기별 매입 규모는 주가와 밸류에이션, 현금흐름 등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주주환원의 재무적 기반도 확대됐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6조5000억원 늘었고, 차입금은 15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순현금은 98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솔리다임 IPO 검토 중단…외부 자본 활용 계획 재검토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 배경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초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SK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을 줄이려 했으나,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과 반도체 업계 주가 조정을 고려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곽 CEO는 이날 컨콜 시작에 앞서 "IPO를 통한 외부 자본 활용은 당사의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주주환원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IPO를 통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솔리다임의 AI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분야 성장 투자는 계속 추진한다. 다만 향후 투자와 자금 조달 방식은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곽 CEO는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그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워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더욱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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