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온’은 화음·군무로, 에이티즈는 숏폼으로 국내 청취자 확보
리센느, 직캠 대신 유튜브 콘텐츠로 역주행
아이브·에스파 전성기 속 키키·하츠투하츠도 자기 자리 확보
케이팝(K-POP)의 흥행을 예상하던 기준이 올해 여러 차례 흔들렸다. 짧은 영상에 맞춰 음악을 압축하는 흐름 속에서 한 곡과 무대를 충분히 감상하는 재미가 다시 주목받았다. 국내 대중에게 알려질 시기를 놓친 듯했던 그룹에도 새로운 반응이 찾아왔다. 올해 이어진 ‘예상 밖’의 흥행은 대중의 취향과 그룹의 가능성을 그동안 너무 좁게 판단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A2O LITE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9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의 데뷔곡 ‘니온’(NEON)은 TOP100 1위(이하 순위는 19일 오후 6시 기준)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한국 애플뮤직과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아이튠즈 종합 차트 1위, 스포티파이 한국 일간 차트 14위를 기록했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작한 신인이라는 화제성에 더해 곡과 무대의 구성이 관심을 모은 것을 분석된다.
‘니온’은 고음과 아카펠라 화음, 댄스 브레이크와 아홉 멤버의 군무를 한 곡에 담았다. 후렴을 지나서도 보컬과 안무에서 새롭게 감상할 요소가 등장한다. 반복되는 구간을 짧게 각인시키는 재미와 함께, 곡이 진행되면서 달라지는 소리와 대형을 따라가는 재미를 제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곡의 길이보다 그 시간을 채운 방식이다. 짧은 영상에서 눈길을 끄는 후렴과 쉽게 따라 하는 동작이 중요해졌다고 해서 충분한 길이의 음악과 복잡한 군무를 즐기는 수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 케이팝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현재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새로운 팀이 반드시 당장의 유행을 따라야만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에이티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러나 이 반응을 숏폼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에이티즈(ATEEZ)는 짧은 무대 영상의 확산을 통해 국내 음원 시장에서 새로운 반응을 얻었다.
2018년 데뷔한 에이티즈는 ‘배드’(BAD)가 국내에서 주목받기 전부터 해외에서 성과를 쌓은 그룹이었다. 이 곡이 수록된 ‘골든 아워: 파트 5’(GOLDEN HOUR : Part.5)로 세 번째 미국 빌보드 200 정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해외 팬덤과 국내 대중음원 성적 사이에는 간격이 있었다. ‘배드’의 멜론 TOP100 첫 진입은 발매한 지 열흘 뒤인 7월 6일, 81위였다.
국내 반응을 키운 계기는 멤버 산의 퍼포먼스였다. 곡 후반 가슴을 튕기는 동작이 숏폼에서 재편집되고 패러디되면서 팀을 잘 모르던 이용자에게도 전달됐다. 배우와 댄서 등 다른 분야의 인물들이 동작을 따라 하며 확산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배드’는 멜론 TOP100 9위에 올라 있고, 유튜브뮤직 한국 주간 인기곡 1위(8월 14~20일 집계)도 데뷔 후 처음으로 달성했다.
남자 아이돌이 팬덤 밖의 국내 음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연차가 쌓인 해외 강세 그룹이라는 조건까지 더하면 뒤늦은 흥행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에이티즈는 그 조건이 국내에서 새 청취자를 만날 가능성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리센느 ⓒ데일리안 DB
리센느(RESCENE)의 역주행은 그 발견의 출발점을 음악 밖으로 넓혔다. 대형 기획사 신인에 비해 팀 이름을 알릴 기회부터 제한적인 중소 걸그룹이지만 유튜브 콘텐츠로 관심을 얻고 기존 음악까지 다시 평가받았다.
계기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였다. 거제 출신이라는 지역색을 드러낸 원이와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 ‘거제 야호’라는 밈이 그룹을 모르던 이용자에게 퍼졌다. 멤버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보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가 먼저 눈길을 끌었고 이후 관심이 팀과 음악으로 이동했다.
이는 EXID 하니의 직캠이나 브레이브걸스의 위문공연 영상에서 출발한 역주행과도 차이가 있다. 리센느를 새로 알게 된 시청자에게는 무대보다 멤버의 캐릭터가 먼저 알려졌는데, 음악을 홍보하는 통상적인 순서가 바뀌어도 실제 청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2024년 8월 발표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차트서 역주행해 8~9월 써클 월간 디지털·스트리밍 차트서 두 달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곡의 소비로도 이어졌다. 멜론 TOP100에서 ‘러브 어택’은 4위, ‘데자부’(Deja Vu)는 5위, ‘프리티 걸’(Pretty Girl)은 7위였다. 유튜브에서 시작한 관심이 여러 곡을 찾아 듣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음악이 대중에게 닿는 시점은 발매일과 같지 않을 수 있으며 처음의 반응만으로 곡의 가능성을 다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츠투하츠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뒤늦게 알려진 팀의 성공과 함께 선배의 전성기 속에서 자기 자리를 만든 신인도 있었다. 키키(KiiiKiii)와 하츠투하츠(Hearts2Hearts)는 각각 같은 회사의 아이브(IVE)와 에스파(aespa)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했다.
키키는 지난 1월 발표한 ‘404 (뉴 에라)’(404 (New Era))의 하우스 사운드와 후렴 안무를 앞세웠다. 챌린지와 SNS 배경음악으로 곡이 확산됐고 음악방송 3관왕을 차지했다. 하츠투하츠는 2월 발표한 ‘루드!’(RUDE!)에서 경쾌한 신스 사운드와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자체 콘텐츠에서는 멤버들의 친근한 성격과 예능감을 보여줬다. 이후 모인 팬덤 결집력은 다음 활동에서 드러났는데 미니 2집 '레몬 탱'(Lemon Tang) 초동 판매량은 약 59만장으로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선배 그룹과는 별개로 자신들을 선택할 이유를 쌓은 것이다.
이들의 흥행은 대중의 취향이 한 가지 유행보다 넓고, 그룹의 가능성도 초기 성적으로 고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음악을 짧게 만들거나 성공한 팀의 방식을 따른다고 선택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예상 밖’ 흥행이 거듭된다면 연차와 규모로 가능성을 재단하기보다, 각 팀의 매력이 새로운 청취자에게 닿을 방법부터 넓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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