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만약 승부처 바뀐다…‘얼마나 뺐나’ 넘어 ‘근육을 지켜라’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15 14:48  수정 2026.10.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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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로 빠진 근육 손실 '암환자'에 비견

'근감소성 빨간불에 새 파이프라인 '보강'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100조원 규모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 '근육 보존'이 다음 승부처로 떠올랐다.


현재 유통되는 위고비·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은 지방과 함께 근육까지 줄인다.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살을 빼려다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 셈이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코넥트·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제 콘퍼런스(KIC)'에서 "사르코페니아(근감소)는 GLP-1 계열 비만약 치료의 부작용으로 오래전부터 언급돼 왔다"며 "지방과 제지방의 감소 비율은 약 3대 1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일부 GLP-1 계열 비만약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제지방 감소 규모가 암 환자의 근육 손실에 견줄 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보 노디스크가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체성분 하위분석에서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 동안 맞은 환자의 제지방은 투약 전보다 13.9% 감소했다.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비인두암, 식도암 등 암환자의 근육 손실 폭과 유사한 수치다.


전체 감량에서 제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구에 따라 25~45%에 이른다. 제지방 감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여도 많이 감량할수록 상당한 근육이 빠진다.


근육 손실 문제는 전 세계 1등 비만약 마운자로도 마찬가지다. 일라이릴리가 실시한 글로벌 임상 3상 체성분 하위연구에서 빠진 체중의 약 25%는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근육이 줄면 약을 끊은 뒤 기초 대사량이 떨어져 '근감소성 비만'에 빠질 수 있다. 근감소성 비만은 고령층이거나 허약한 환자에게는 특히나 위험하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 같은 간접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근육은 양뿐 아니라 근력과 기능까지 지켜야 한다. 아무리 근육량이 많아도 실제로 힘을 쓰고 걷고 버티는 기능이 떨어지면 소용 없기 때문이다.



박은지 디앤디파마텍 연구개발본부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차세대 비만약 개발의 핵심 축으로 '근육 보존'을 제시했다. 일라이릴리는 약 2조3000억원(20억 달러)을 들여 베르사니스 바이오의 '비마그루맙'을 인수했다. 비마그루맙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마이오스타틴을 억제한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에 비마그루맙을 더한 복합제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아밀린 계열 '카그릴린타이드'를 더한 비만 치료파이프라인 '카그리세마'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카그릴린타이드는 아밀린 수용체를 자극해 생리적 포만 신호를 자극한다. 완만하게 체중이 빠지는 만큼 기초대사량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은지 디앤디파마텍 연구개발본부장은 "이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뺐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줄였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치료를 중단했을 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궁극적으로 다른 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글로벌 빅파마 로슈가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입(L/I)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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