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일 코엑스서 역대 최대 규모 개최…300개사·888개 부스 참가
마이크론 HBM 증설·中 CXMT 서버 D램 진출…고부가 메모리 경쟁 격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기술을 선보인다.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서버용 D램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글로벌 메모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과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전시회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대응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을 개최한다.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300개 기업이 888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다. 지난해보다 참가기업은 70여곳, 부스는 230여개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Into the Era of Silicon Intelligenc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기업들이 참여해 AI 시대의 반도체 기술을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AI 시스템 설계'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다. HBM을 비롯해 차세대 3차원(3D) 메모리 기술과 모바일 이미지센서·프로세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솔루션 등을 공개한다. 개별 메모리 제품의 성능 개선을 넘어 설계와 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연결하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강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양산 출하한 데 이어 5월에는 차세대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집적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는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 'zHBM'과 HBM5 개발 방향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AI 여정'을 주제로 7세대 HBM인 HBM4E와 고대역폭플래시(HBF) 기술을 선보인다. 서버와 PC, 모바일용 D램 및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주요 제품도 전시한다. 회사는 지난 6월 주요 고객사에 12단 HBM4E 샘플을 공급했다. 이 제품은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하고 이전 세대보다 전력 효율을 20% 이상 높인 것이 특징이다. HBF는 HBM과 SSD 사이의 성능·용량 격차를 보완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AI 추론 과정에서 급증하는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양사가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을 앞세우는 것은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은 HBM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고객사 확보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9월 발표한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5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13억2000만달러 대비 약 4.8배 증가한 규모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확대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마이크론은 HBM4 양산 공급을 진행하는 동시에 차세대 HBM4E의 2027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HBM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도 이미 고객사에 판매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기업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나선 것이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7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과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을 2035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CXMT는 최근 서버용 메모리와 차세대 D램 구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9.5%로 전분기 7.6%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39.4%), SK하이닉스(24.9%), 마이크론(23.3%)에 이어 세계 4위다. 아직 상위 3개사와 격차가 크지만 생산능력 확대와 중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CXMT는 최근 차세대 D램 셀 구조인 '4F²(4F스퀘어)'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 제품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4F²는 현재 주류인 6F² 구조보다 메모리 셀의 면적을 이론적으로 약 33%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차세대 고집적 D램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XMT의 연내 제품 출시 계획이 실제 대량 양산이나 기술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중국 업체의 사업 영역이 저가 범용 메모리에서 고부가 서버용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생산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범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서버용 제품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고성능 HBM뿐 아니라 서버용 DDR5와 기업용 SSD 등 관련 제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맞춰 HBM의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한편 메모리 용량 확장과 데이터 저장 기술까지 경쟁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반도체대전에서는 한미반도체, 세메스, 주성엔지니어링, 동진쎄미켐 등 국내 주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첨단 공정 및 패키징 관련 기술을 선보인다. 14일에는 안현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기조연설에 나서 AI 시대의 메모리 기술 혁신 방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