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알리려 걸그룹까지…가전 광고의 달라진 스타 활용법 [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0.13 11:01  수정 2026.10.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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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에이아이돌’, 제품 기능을 멤버 설정과 음악에 반영

성능·사용 경험 전달해온 광고, 그룹의 데뷔 과정까지 콘텐츠로

케이팝에 친숙한 젊은 세대부터 가전 구매층 30~40대까지 공략

가전 광고가 소비자에게 성능을 설명하는 데 더해 제품을 찾아볼 계기까지 직접 만들고 있다. 스타의 인지도로 제품을 기억하게 하거나 사용 장면으로 기능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나아가 소비자가 새로운 그룹의 멤버와 노래를 알아가는 과정까지 광고로 설계했다.


12일 LG전자에 따르면 5인조 그룹 에이아이돌(AI-DOL)의 ‘아이워시’(I WASH)는 지난달 22일부터 50여개 음원·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아이돌 활동 경험자와 연습생 출신 등을 중심으로 멤버를 구성했다.


지난 7월 티저를 공개한 이들은 8월 가수 최예나, 코미디언 이선민, 안무가 효진초이 등 셀럽들과 안무 챌린지를 진행한 뒤 같은 달 말 LG의 광고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제품을 먼저 설명하는 대신 노래와 춤에 생긴 관심이 세탁건조기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LG전자는 “그룹의 데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구성해 소비자의 호기심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에이아이돌 ⓒLG전자

가전 광고에서 스타와 음악을 활용하는 전략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9년 삼성 하우젠 에어컨 광고에서 김연아는 ‘싱 싱 싱’(Sing Sing Sing)을 개사한 ‘씽씽송’을 직접 부르고 춤을 선보였다. LG는 2013년 휘센 에어컨에 광고 모델의 이름을 붙인 ‘손연재 스페셜 G’를 출시했다. 대중이 이미 알고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에 노래와 제품명을 결합해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가전 시장이 고도화되면서는 화려한 모델보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능 등 제품 자체의 효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용적 연출이 주를 이루게 됐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에서도 제품의 쓰임을 보여주는 역할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 글로벌 앰버서더 라이즈(RIIZE)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제품을 체험하는 숏폼을 제작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성찬이 원빈과 TV로 경기를 보며 화면과 소리를 조절하는 ‘AI 사커 모드’를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LG는 웹예능 ‘K판 입덕투어’를 통해 아이돌 팬들이 찾아볼 콘텐츠를 만들고 출연자의 활동 속에 가전의 사용 장면을 넣어왔다. 2024년 엔믹스(NMIXX)에 이어 지난해 프로미스나인(fromis9)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다른 분야의 팬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K판 입덕투어’ 농구 편에서는 송하영과 박지원이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아 농구를 배우고 응원에 참여했다. ⓒLG전자

지난해 12월 농구 편에서는 송하영과 박지원이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아 농구를 배우고 응원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바퀴 달린 스탠드로 옮겨 쓸 수 있는 터치형 스마트 스크린 ‘스탠바이미2’로 경기 주요 장면을 다시 보고 화면에 응원 문구를 적어 개인 전광판처럼 활용했다. 제품이 출연자의 활동에 필요한 도구로 쓰이면서 예능의 흐름 안에서 기능을 설명하는 구성이 됐다.


에이아이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콘텐츠에 등장할 그룹과 음악부터 제품에 맞춰 기획했다. 멤버 모아의 완벽주의자 설정에는 ‘AI 타임센싱’을,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수아의 성격에는 ‘미니워시’를 연결했다. 제품의 특징이 멤버의 성격을 구성하는 재료가 되고, 그룹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기능이 함께 노출되는 구조다.


LG전자에 따르면 이번 기획은 소비자가 즐기고 확산할 수 있는 ‘밈’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배경음악을 만들고 음원 발매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돌 콘셉트를 도입했고 실제 그룹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LG전자는“케이팝(K-POP)에 친숙한 젊은 세대부터 가전제품의 주요 구매층인 30~40대까지 폭넓게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아이돌 ⓒLG전자

제품에 대한 관심과 판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LG전자는 “AI 워시콤보의 온라인 언급량이 캠페인 이전 동기 대비 72% 늘었으며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에이아이돌이 가전의 AI 기술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해 제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를 촉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제품의 성능을 전달하는 광고와 사용 경험을 보여주는 모델 활동은 계속되는 가운데 음악과 예능으로 구매 이전의 관심을 만드는 방식이 더해지고 있다. 에이아이돌은 그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그룹의 설정과 음악, 공개 순서까지 기획한 사례다. 소비자가 제품을 비교하는 순간에 어떤 장점을 제시할지에 더해, 평소 브랜드를 접할 이유를 어떻게 만들지가 가전 광고의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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