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황인범·김민재·황희찬, 충격의 국가대표 은퇴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 누렸지만 팬들 실망감 표출
협상 카드가 된 태극마크, 가벼이 여겼다면 비난 받아 마땅
은퇴설에 휩싸인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 데일리안DB
축구대표팀 핵심 자원들의 때아닌 은퇴설에 한국 축구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지 일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파장이 상당하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 A매치 경기 이후 96년생 동갑내기인 김민재(뮌헨), 황희찬(샬케), 황인범(포르투) 등 세 선수가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경기 종료 직후 세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황인범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실제 이들이 라커룸에서 일부 동료들에게 은퇴 의사를 밝혔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동반 은퇴설이 힘을 얻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세 선수의 은퇴설을 부인하고, 당사자 중 한 명인 황인범이 취재진에게 재차 “아니, 아니요”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선 모습이지만 축구계에서는 손흥민·이재성으로 대표되는 1992년생 고참 라인과 김민재·황희찬·황인범 등 1996년생 간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팀의 중심축이자 한창 전성기에 접어든 96년생 동갑내기들의 동반 은퇴설은 큰 충격을 안겼다.
과거 박지성, 기성용 등 선배들도 이 무렵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이들과는 달리 96년생 멤버들은 아직 더 뛰기에 충분한 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무성한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들이 실제 은퇴 의사를 밝혔다면 이는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이다.
우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틀렸다. 물론 기자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들이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대표팀 은퇴를 운운했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들지 않는다.
모레노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논란의 은퇴설은 일단 세 선수가 라커룸서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과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뒤에야 일단락됐다. 동반 은퇴설 보도가 나온 만큼 이와 관련한 말들이 오고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가대표, 태극마크는 자신들이 선택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내려놓겠다고 해서 내려놓을 정도로 가볍지 않다.
심지어 이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군 복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유럽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국가대표 활약을 등에 업고 국민들의 절대적 응원과 지지를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23세 이하(U-23) 대표팀 후배들의 철없는 행동이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96라인의 동반 은퇴설은 국민들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실제 국가대표 은퇴설에 휩싸인 김민재의 경우 팬들이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의 SNS를 찾아가 대표팀 은퇴를 종용했다.
물론 황인범의 말처럼 최근 협회장 부재와 임시 감독 체제 등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문제를 해결할 어른이 없어 답답한 상황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해서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것은 방관이나 다름없다. 6경기만 지휘하고 떠날 수 있는 모레노에게 자신의 대표팀 거취를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황인범의 인터뷰 내용 역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96라인 은퇴설’에 여론은 이들에게 급격히 돌아섰다. 은퇴보다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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