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산업 전반을 이끌어간다’는 명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한 콘텐츠의 흥행을 넘어 음악과 콘텐츠에서 비롯된 한국적 색을 담은 굿즈, 관광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며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음악에서부터 시작됐다. 애니메이션의 메인 테마곡인 ‘골든’(Golden)은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무려 13년 만에 케이팝이 달성한 기록이다. 애니메이션 OST가 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엔칸토’에 삽입된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3년 만이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함께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힌다. ‘골든’은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인 멜론 ‘톱 100’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골든’의 인기는 음원 차트 성적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수많은 댄스 챌린지 영상과 커버곡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으며,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골든’의 가사를 활용한 밈(meme)들이 유행하고 있다. ‘케데헌’이라는 콘텐츠가 ‘골든’이라는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고, 그 음악이 다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케데헌’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시각적 매체와 음악이라는 청각적 매체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데헌’의 인기는 굿즈 시장에도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한국의 전통 호랑이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케데헌’ 속 ‘더피’ 캐릭터와 닮은 서울시의 대표 캐릭터 해치&소울프렌즈의 ‘백호’를 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오픈런 인파가 몰리기까지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갓 키링’ ‘까치 호랑이 배지’ 등 ‘케데헌’에 등장한 ‘한국적인 것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케데헌’의 경제적 효과는 관광 분야까지 미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배경이 된 서울의 여러 명소들이 관광객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속에서 갓과 도포를 착용한 남성 아이돌그룹 사자보이즈를 보고, 인사동 한복 대여점에서 갓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배경이 된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명동 거리를 찾고 싶어 한다. 또 헌트릭스 루미와 사자보이즈 진우가 대화를 나누며 걸었던 낙산공원 성곽길, 사자보이즈의 공연 배경으로 등장한 남산서울타워, 헌트릭스의 무대가 펼쳐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등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국내 인바운드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 케데헌 공개 이후 한 달간(6월 20일~7월 19일)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예약 건수 및 거래 액수는 전월(5월 20일~6월 19)에 비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적인 감각을 성공적으로 융합해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낸 결과”라며 “K-콘텐츠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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