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데몬헌터스' 오스카 넘본다...'쇼군' 이어 미국발 아시아 콘텐츠, 시상식 조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7.15 11:01  수정 2025.07.15 11:01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데몬 헌터스')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극장 제한 상영을 통해 출품 요건도 충족했으며, 주제가상 부문 출품을 염두에 둔 오리지널 송 앨범 '골든'(Golden)까지 발매하며 시상식을 향한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쇼군'이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18관왕, 제82회 골든글로브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모두 아시아의 문화와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기획과 제작의 주체는 미국 스튜디오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쇼군’은 대사 대부분이 일본어로 이뤄졌고, 주조연 대부분이 일본 배우로 구성됐지만, 연출과 제작은 미국의 디즈니 산하 FX와 마이클 드 루카 프로덕션이 주도했다. '데몬 헌터스' 역시 케이팝과 한국 전통 설화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지만, 기획과 제작, 연출은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맡았다.


이러한 제작 구조는 2022년 글로벌 흥행과 함께 에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오징어 게임'은 창작자부터 배우, 제작까지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국내 창작물이었던 반면, '쇼군'과 '데몬 헌터스'는 아시아 문화 요소를 활용하되, 서사의 설계는 미국 스튜디오가 주도한 작품이다.


'쇼군'과 '데몬 헌터스'는 국가적 색채를 넘어서 낯선 세계에 던져진 주인공이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내러티브의 중심에 뒀고, 이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익숙하고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로 작용했다.


다만 이를 두고 문화적 주도권이 외부로 넘어갔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오히려 할리우드라는 세계 최대 콘텐츠 산업이 케이팝, 한국 설화, 일본 역사 등을 콘텐츠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문화가 일정 수준의 보편성과 시장성을 획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90개국 이상에서 TOP10에 오르고, OST '골든'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6위까지 진입하는 등 작품 외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을 "2025 오스카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 후보에 들어야 할 가치 있는 경쟁작"으로 꼽으며, "역동적이고 색채로 가득한 뮤지컬 여정이 여성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기념하는 축제 같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미국 스튜디오가 기획·제작한 아시아 배경 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은 물론 미국 내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도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아 문화가 이제 서구 시장에서도 소비 가능하고, 전략적으로 기획되는 서사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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