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가 제국’ 다이소, 글로벌 도전에 직면
바뀐 소비 트렌드…“감성·캐릭터 경쟁력”
미니소 등 현지화 실패시 철수 불가피 전망도
전문가, 다이소만의 브랜드 정체성 강화 필요
미니소 강남점 앞에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미니소코리아
수년간 ‘국민 잡화점’으로 군림해온 다이소가 국내외 브랜드의 공세 속에 직면했다. 중국의 미니소·요요소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다이소의 프리미엄 브랜드 ‘쓰리피’까지 한국 진출에 나서면서, 균일가 중심의 잡화 시장이 ‘감성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계 유통공룡들이 온·오프라인 벽을 허물고 국내 유통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 구석구석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에는 일본 다이소가 내세운 프리미엄 브랜드 ‘쓰리피’가 국내 상표 출원을 완료했다. 쓰리피는 감성 소비에 익숙한 2040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다. ‘300엔 숍’이라는 콘셉트로 인테리어, 패션잡화, 주방·욕실 소품 등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중국계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니소는 올 들어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국내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 8월 한국 시장에 진출해 70여 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2021년 철수한 바 있다.
중국 광둥성을 기반으로 창업한 미니소는 일본 ‘200엔 숍’을 모방해 사업을 키워 다이소처럼 생활용품 판매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2019년부터 캐릭터 굿즈를 파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즈니 마블, 헬로키티 등 글로벌 IP와 협업한 굿즈를 판매하면서 매장을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7000여 개로 늘렸다. 국내에선 작년 12월 종로구 혜화점을 낸 데 이어 지난 3월 홍대점, 6월 강남점을 열었고, 오는 27일 커넥트현대 청주점에 4호점을 낸다.
미니소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미니소 글로벌 사업에서 아시아 전체를 리드하는 전략적 지점으로 아직은 미니소가 없는 일본 진출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이소와 이름이 비슷하고 일부 생활용품 카테고리가 겹치지만 미니소는 캐릭터 기반 굿즈샵이면서 캐릭터 생활용품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중국계 브랜드인 요요소 역시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요요소(YOYOSO)’도 이달 중 전북 군산에 첫 1호점을 연다. 요요소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3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으로, 국내 진출 시 다이소와 직접적 경쟁 상대가 된다.
중국 내에서 가성비 잡화 전문점으로 성장한 요요소의 국내 진출은 지방 상권부터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 3000여 개 매장을 둔 요요소는 국내 진출 시 다이소의 주요 경쟁 브랜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이소와 유사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미니소 강남점 내부.ⓒ미니소코리아
이들 기업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자국 내 소비 정체와 수출 환경 악화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실질임금 정체로 내수가 위축됐다.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기면서 한국을 전략 시장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다이소의 성공 사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 시장이 균일가 잡화 모델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임이 입증되면서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한국을 ‘리스크는 낮고 회수는 빠른’ 전략적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2040 여성층을 중심으로 감성소비, 캐릭터 소비, 가심비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으로, 디자인 강화형 생활잡화 브랜드가 안착하기에 유리하다. 한·중·일 간 생활용품 소비 취향이 유사하다는 점도 이들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귀엽고 실용적인 디자인, 균일가 콘셉트는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수용성이 높아졌다”며 “아울러 한국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물류·유통의 요충지로, 중국계 브랜드들이 일본 진출 전 테스트베드로 삼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잡화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에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잡화점 시장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다이소 역시 이들의 행보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균일가=다이소’라는 다이소만의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희석될 수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잡화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과거 진출에 실패한 전례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삐에로쑈핑’이다. 지난 2018년 신세계그룹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코엑스몰에 ‘삐에로쑈핑’을 론칭했다가 2년도 채 안 돼 철수한 바 있다. 한국에서 현지화 부족, 차별성·경쟁력 미흡, 운영 전략 실패라는 세 가지 복합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요소, 미니소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은 유통시장이 단순 ‘저가·균일가’ 중심에서 ‘콘셉트와 감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싸서 산다’가 아니라, ‘이 브랜드만의 이유 있는 소비’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시장은 이미 트렌드 리딩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소비, 캐릭터 소비가 유통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은 테스트베드이자 아시아 시장 확장 전 거점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이소가 살아남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장 경험, 브랜드 감성, 협업 콘텐츠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며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 브랜드별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질 시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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