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가 이끈 축산업 혁신 흐름…“시설·사료·인력 등 구조 병목은 정책적 해결 과제” [축산업 혁신⑨]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6.30 07:00  수정 2025.06.30 09:54

생산비 절감·품질 향상 등 농가 주도 성과 사례 잇따라

시설 현대화와 사료 국산화 등으로 경영비 절감 절실

경영 안정 장치·전문 인력 확충 등 정책 기반 필요성

ⓒ챗GPT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챗GPT

축산 생산성 혁신은 축산업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 환경 지속성 강화를 목표로 기술, 관리, 조직 측면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는 개선과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수익·품질 다 잡았다…농가가 증명한 변화 가능성


농어업위가 선정한 축산업 혁신 사례는 농가 스스로 자구책을 발견하고 노력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한우 부문에 선정된 중우축산은 한우 단기 비육 최적화로 회전율 제고와 수익성 향상을 도모했다. 중우농장 출하월령은 22.9개월(출하월령)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출하월령(거세우 기준, 31.6개월)보다 약 9개월 짧다.


젖소 부문에 선정된 장원농장은 능력검정 데이터 기반으로 한 젖소 관리로 우유 생산성을 제고했다. 능력검정 자료를 활용해 산유량을 증대했는데 2021년 1만 800kg/연에서 2023년 1만 1600kg/연으로 늘었다.


여주 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은 경축순환농업을 실현해 선정됐다. 다양한 맞춤액비 공급으로 이용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화학비료 감축에 기여했다. 작목 맞춤 제품 다양로 액비 공급도 2021년 5148t에서 2023년 7785t으로 증가했다.


신용안영농조합법인은 생산 확대와 품질향상으로 조사료 국산화 및 자급률 향상에 기여해 조사료 생산 부문 사례에 선정됐다. 열풍건조 기술을 도입해 조사료 품질을 향상시켰으며, 국산 조사료 보급 대상도 기존 한우·젖소에서 말까지 확대했다.


부경양돈농협은 축산물 품질 차별화를 인정 받았다. 생산자와 함께하는 소비자 선호 돼지고기 생산과 제품을 공급했다. 돼지고기 육질 개선을 위한 근내지방도 우수 종돈을 도입하고 생산했다. 소비수요 변화에 대응해 간편식 등 다양한 육가공 제품도 출시했다.


농가 사용자 지향적 인공지능(AI) 기반 모돈 관리 기술을 선도한 점을 인정 받아 축산 스마트팜 기술 부문에는 엠트리센이 선정됐다. AI 기반 돼지 산자수 자동 기록 등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AI 기반 모돈 관리 제품은 2021년 7농가에서 2024년 8월 기준 27농가로 확대되기도 했다.


경남 함양에 위치한 돈트리움은 한돈 부문에 선정됐다. 건강하고 우수한 한돈과 경제사료 활용을 통한 생산비 절감을 인정 받았다. 모돈 관리 강화를 통한 연간 모돈당 이유자돈 수(PSY)는 2021년 27.6두에서 2022년 29.7두, 2023년 31.6두로 올랐다.


김민경 농어업위 축산TF단장(건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축산업 구조적 비용 부담 해소 절실…수익 안전망 구축도 필요"


이같이 축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부정적 인식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혁신이 필수다. 김민경 농어업위 축산TF 단장(건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축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비용 문제 해결 ▲경영안정화 장치 필요 ▲전문 인력 확충 ▲소비자 인식 개선 등 4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단장은 먼저 축산업의 경영비 부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은 장치와 지식이 결합된 고비용 산업이다. 특히 사료비 비중이 크고 수입 사료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여기에 질병 리스크와 노후화된 시설 문제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질병이 발생한다면 백신 접종과 소독을 진행해도 노후화된 시설에 병균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김 단장은 “최근 스마트팜 예산은 늘었지만, 정작 시설 현대화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며 “스마트 장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설 현대화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시설 현대화가 이뤄져야 질병 관리에 수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고비용 문제 해결 방안으로 사료 자급 확대를 언급했다. 국내에서 사료용 쌀을 재배해 사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자는 주장이다.


김 단장은 “식량 자급률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 전략작물직불제를 추진 중이다. 직불제 지급 대상 중 하나에 조사료가 포함돼 있는데, 사료용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조사료는 반추동물에게 지급되는 사료다. 돼지·닭을 위한 곡물형 사료 자급률 향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료용 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민간 등에서도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기존 사료 영양가만큼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료용 쌀 재배를 위한 첫 발을 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산업의 경영 불안정성도 지적됐다.


김 단장은 “한우 가격은 약 12년 주기로 파동이 온다. 기본적으로 축산은 고비용 산업이기에 가격 하락기에는 농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 축산업 경영안정장치 제도로는 가축재해보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가격 파동이 높은 농산물은 수입안정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축산업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가축재해보험은 피해 복구를 위한 장치일 뿐, 수익 보전은 못 해준다”며 “경영 안정화를 위한 별도의 제도적 기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스마트팜 등 디지털 장비 도입 확대에도 전문 인력 부재가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진단했다.


김 단장은 “농가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경제성이 관심사이기 때문에, 실제 농장에 필요한 설비가 무엇인지 진단해주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설비는 고비용이 투입되는데, 무작정 확대하라고 하면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계농이 없는데 자동화 설비, 스마트팜이 무슨 관계겠냐”라며 “기술을 강요하기보다는 각 농가에 필요한 수준의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는 현실적 조언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장 맞춤형 원스톱 컨설턴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문 컨설턴트는 석·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돼야 할 만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김 단장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냄새, 분뇨 등 오래된 편견뿐 아니라, 일례로 우유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며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통제변수가 일정하지 않은 실험 결과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일부 사실 관계가 다른 정보에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축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축산TF는 축산업 혁신을 위해 향후에도 정책협의회 운영, 퇴비액비 품질기준 마련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일반 농가와 혁신 농가 사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농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소비 증진, 수출 시장 확대 등을 위해 가공식품 기반 전략 등을 제언할 방침이다.


김 단장은 “이상기후 등 외부 변수로 농가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농가, 전문가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구조가 진정한 ESG 경영”이라고 말했다. <끝>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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