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은 살고 채권자는 버려졌다…‘0.76% 회생’의 그림자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6.25 07:23  수정 2025.06.25 07:23

법원,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

오아시스마켓 인수로 회생절차 마무리

셀러·소상공인 피해는 제자리

"타 회생기업에 '도덕적 해이' 번질 수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구사옥 모습. ⓒ뉴시스

티몬이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며 회생절차를 마무리했다.


회생은 성사됐지만 정산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셀러를 비롯한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율은 0.76%에 불과해 실질적인 회생이 아닌 ‘기업만 살린 회생’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이 명품 플랫폼 발란이나 대형 유통사 홈플러스 등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채권자 보호를 외면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3일 회생채권자 동의율 부족으로 부결됐던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회생계획안은 이달 20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동의율이 43.48%에 그쳐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티몬 측 관리인이 법원에 강제인가를 요청했고, 법원은 상거래채권자 보호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로써 티몬은 지난해 9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회생을 마무리했다. 인수자인 오아시스는 티몬이 발행한 신주 100%를 약 116억원에 인수했고, 이 중 102억원은 회생채권 변제에 투입된다. 추가 변제해야 할 미지급 임금 등 65억원을 합치면 실질 인수 대금은 181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회생채권 규모가 1조2258억원에 달하는 만큼,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변제율은 0.76%에 불과하다.


이에 입점업체, 여행업체 등 피해를 떠안은 업체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티메프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약 0.76% 변제율은 피해 금액의 일주일 치 대출이자 만도 못한 금액이며,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번 회생 결정으로 당장 2차, 3차 연쇄 도산 등의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일반 회생채권자인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동의' 의견 제출했다. 조금이라도 변제를 받기 위한 취지"라면서도 "티몬을 통해 결제한 고객들이 집단 분쟁조정위 제기에 이어 우리 쪽으로 민사를 거는 건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민사도 자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행업계는 사실상 돌려받은 게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회생은 티몬이라는 회사 자체는 살렸지만 실질적 피해자인 셀러와 납품업체에 대한 변제는 거의 보장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향후 발란, 홈플러스 등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들에 '채권자 보호에 소홀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티몬에 입점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0.76%의 변제율이 사실상 ‘채권자 보호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어서 상징적"이라며 "이 판례가 다른 기업 회생 사례에 선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향후 다른 기업들도 '낮은 변제율도 법원이 강제인가 해주더라'는 식으로 접근할 여지가 생긴 것이라 도덕적 해이 문제도 당연히 생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금 사태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피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특별법 신설을 통한 재발 방지 및 피해 구제 등을 촉구했다.


한편 오아시스마켓이 인수한 티몬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오아시스는 인수 확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티몬에 대한) 신뢰가 한번 깨진 상태에서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해도 재입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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