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환율 하락세 제동
달러 거래 반도체 업계, 실적 변동 가능성
디스플레이·전자부품 업계도 '예의주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원·달러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 민감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50~1370원대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0원 후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9일 종가 기준 1356.4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초(1470원선)부터 이어진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시장에선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재차 1380~1400대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습을 주고받으며 충돌이 격화하고 있어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국제사회가 사태 악화를 막으려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거친 설전 속 공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직접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합의를 바라지만 때론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구조적 특성을 가진 국내 반도체 업계는 국제 정세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달러로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실적 변화가 적지 않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주요국 통화 상승 영향으로 5000억원 수준의 이익 증가 효과가 있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극대화해 환율이 상승하면 올해 2분기에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우려도 업계내 공존한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고환율이 지속되면 제조원가 및 해외 투자비 상승 우려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많은 산업이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투자액 상승을 우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
1470원선을 기록하던 4월초와 달리 1350원대로 떨어진 환율로 2분기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 속에 있던 반도체 업계가 재차 환율이 반등하는 상황에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기업이 대응을 하고 있겠지만, 이같은 중동 정세가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지는 게 제일 큰 리스크"라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반도체 업계에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와 마찬가지로 환율에 민감한 디스플레이 및 전자부품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분기 고환율 기조에 힘 입어 '깜짝 흑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17억원 적자다.
LG이노텍의 경우도 실적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3조7281억원, 영업이익은 65% 줄어든 52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환율 하락세가 지속하며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2분기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종 내 대형 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의 경우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IT 기기의 수요 약화보다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마진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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