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문민화를 위한 작은 걸음이 시작됐다. 문민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다. 고강도 국방 개혁을 예고했던 만큼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국방개혁 속도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진다. 그렇지만 국방은 지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육군사관학교 출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을 지휘해 12·3 비상계엄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군의 자기 통제 실패가 민주주의 근간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지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현재의 민주적 통제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확인됐다.
문민정부는 1987년 이후 들어서며 국방부의 문민화도 일정 부분 제도화됐다. 2006년에는 국방개협법에 따라 국장·과장급 보직에 민간인이 채워지는 비율도 늘었다. 이같은 목표는 2018년까지 달성돼 70%가 넘는 민간인 비율을 기록했다.
외형적 성과에도 최근 30여 년간 임명된 국방장관 대부분은 육군 출신 장군이었으며 예비역 장성 출신이 줄을 이었다. 특정 군에 편중된 인사 구조라는 비판도 있었다. '문민 통제'라는 헌법 정신을 장관 인선에서부터 무력화되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은 국방 장관직에 예비역을 임명하려면 전역 후 7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국가안정보장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민주주의와 군사 전문성 사이에 선을 그은 것이다. 또 독일은 국방 장관직에 군 경험보다 행정·정무 경험이 있는 다른 부처의 장관직을 역임한 민간인을 임명한다. 결국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장관의 군사 전문성이 아니라 민주적 책임성과 정치적 조율 능력인 셈이다.
국방부를 자칫 군 부대로 착각하기 쉽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외교부 등처럼 중앙부처 중 하나다. 결국 군 부대가 아닌 국민을 대신해서 군대를 통제하는 행정부 기관이다. 수십 년간 군 장성 출신들이 도맡아 왔기에 이같이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장군 출신 국방장관이 폭넓은 부분부터 세부적 군사 작전까지 '깨알같이' 간섭해 합동참모본부 의장부터 아래 역할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한국은 여전히 "국방은 군 출신이 잘 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은 그 '전문성'이 '민주적 통제'보다 앞설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이다. 계엄 사태가 문민통제에 대한 저항의 근거임을 방증한다.
문민통제는 군의 자율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군사전문성은 참모진과 실무진을 통해 보완이 충분히 가능하다. 국방장관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민간인이 맡아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안보와 정치의 균형을 조율하고, 위기 상황에서 헌법의 마지막 보루가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은 걸 우리는 배웠다.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와 감시가 사라질 때, 우리는 언제든 비상계엄의 문턱에 설 수 있다. 문민통제의 첫걸음은 신중해야 한다. 더는 선언이나 상징에 그쳐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방부를 두고 뼈를 깎는 대수술을 예고했다. 새 정부 내각 구성을 두고 일주일간 국방장관을 비롯해 장·차관 후보자 등 고위급 인사에 대해 추천받기로 했다. 군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투철한 안보관과 최고의 전문성 등을 갖춘 인물을 기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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